1분기 수출 부진 … 車 1.3%·철강 6%↓
韓, 민감 품목 관세 완화 최우선 과제
美 LNG 개발 참여 등 협상 카드 거론
“올 것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한국에 26%의 상호관세율을 물리기로 하면서 우리 수출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대미 후속협상으로 이번 사태를 타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와 기업 투자 부진 등 복합적 요인으로 경기 침체에 들어선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수출은 거의 유일한 성장 동력으로 작동해왔는데 이번 상호관세 발표로 인해 그마저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1~2위 교역국이자 글로벌 최대 소비 시장이다. 이런 미국에서 한국산 제품의 가격이 관세로 인해 26% 이상 인상되면, 현지 기업 대비 가격 경쟁력이 뚜렷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들이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대미 수출 기반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더해 중국, EU, 아세안 등 다른 주요 수출 시장에서도 도미노식 관세 보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조치가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이어질 경우 한국 수출 경제는 다방면에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수출은 이미 올 1분기부터 하락세에 접어든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실제 상호관세가 발표되기 전인 1∼3월 전체 수출액은 1599억 2000만 달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줄어든 수치다. 분기 기준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23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는 상호관세 충격이 본격화되기도 전부터 한국 수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 품목별로도 부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올 1분기 173억달러로 집계됐으며,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월별로 등락을 보였다. 1월에는 101억달러(8.1% 증가), 2월 96억달러(3.0% 감소), 3월 131억달러(11.9% 증가)를 각각 기록했다. 회복 조짐이 보이는 듯한 3월 수출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철강 역시 트럼프 2기의 상호관세 정책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철강은 지난달 13일부터 관세가 적용된 품목으로 1분기 수출이 전년 대비 약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치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인 무역 손실을 넘어 간접적인 타격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이 공장을 운영 중인 중국, 베트남, 캐나다 등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대미 수출 역시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상호관세 부과는 단기간의 승부가 아니다. 중장기적인 협상 전략을 마련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미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마주 앉을 시점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후속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 자체는 물론, 자동차, 철강 등 민감 품목별 관세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통상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나 투자 요청을 함께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그동안 문제 삼아온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입 제한 완화나,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 요청이 협상 카드로 거론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세종연구소 주최로 열린 한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서 이번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협상을 거치면서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며 “한국은 이런 협상에서 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미국의 관세 발표는 협상의 첫 신호탄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평한 동맹관계를 원한다는 게 정확하다”면서 한국이 관세뿐 아니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이나 조선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협상할 여러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민감한 대미 요구에 선뜻 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 통상 전문가는 “정치 리더십이 취약한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대형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루 빨리 정국 안정부터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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