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17경기, 마침내 일요일의 저주에서 벗어났다.
정확히 329일이 걸렸다. 1년 가까이 일요일만 되면 고개를 숙였던 프로야구 두산이 ‘해갈’의 승전고를 울렸다. 5시간여 혈전 끝에 거둔 승리다.
이 원동력은 단연 4월 들어 반등에 성공한 불방망이에 있다. 팀의 근심거리도 옛말이다. 현시점 곰 군단을 이끌고 있는 건 주장 양석환을 비롯, 강력한 타선 덕분이다.
두산은 지난 6일 사직야구장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리그 롯데와의 원정경기를 15-12로 이겼다. 이로써 일요일 연패 기록도 ‘17’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5월12일 잠실 KT전 이후 단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던 상황이다. 끝끝내 길고도 지독한 연패를 끊어내는 데 성공한 것.
물론 순탄치 않았다. 두 팀은 4시간53분에 달하는 접전을 펼쳤고, 두산의 경우 난타전 양상 속 한때 7-12 스코어 열세까지 빠지기도 했다. 설상가상 사령탑의 부재도 겪었다. 이날 5회 말 비디오 판독 관련 항의를 펼친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KBO리그 1호 퇴장을 당한 바 있다.

치열했던 공방전에서 번뜩인 건 역시 타선이다. 두산은 9회 공격까지 20안타 10사사구 출루를 얻어냈다. 이 가운데 양석환은 홀로 5타점을 쓸어 담았다. 빠던(배트 플립)으로 화제를 모았던 8회 초 역전 결승 투런포는 화룡점정 순간이다.
이 밖에도 멀티히트 활약을 펼친 정수빈과 강승호, 양의지, 추재현 등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승리로 두산은 일요일 17연패를 마감했고, 팬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덜어냈다.
단순 반짝이 아니다. 4월 반등세가 매섭다. 3월만 해도 팀 출루율 0.283(9위), OPS(출루율+장타율) 0.581(8위)로 10개 구단서 하위권에 머무른 바 있다.
4월 이후 5경기는 달랐다. 이 시기에만 키움(2경기), 롯데(3경기)와 맞서 팀 타율 0.328, 출루율 0.405, 장타율 0.505를 마크, 불붙은 기세를 자랑하고 있다. 시즌 전체 OPS도 0.719(6위)로 많이 끌어올렸다.

빈타 갈증을 해소한 주인공들의 이름도 무척 반갑다. 베테랑들은 타격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4월 들어 마수걸이 홈런을 때려내는 데 성공한 양석환과 양의지가 대표적이다. 각각 최근 5경기서 3홈런 OPS 1.627을, 1홈런 OPS 0.946을 쳤다.
신예 및 중견급 선수들도 힘을 보탰다. 내야에선 박계범이 등장했고, 외야수로는 이적생 추재현이 나란히 6안타를 기록하는 등 날카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개막 후 12경기 1홈런 OPS 0.618에 그친 김재환까지 살아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시나리오다.
4월 첫 5경기를 4승1패로 장식했다.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건 타선이지만, 기세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오는 8일부터 한화와의 주중 3연전, 11일부터 LG와의 주말 3연전을 앞두고 있다. 특히 리그 최강 마운드를 갖추고 있는 LG 상대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두산이 징크스 탈출을 기폭제로 삼아 이 반등세에 날개를 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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