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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의 도발–주민규의 침묵... K리그에 더 많은 스토리 필요하다

입력 : 2025-04-03 06:00:00 수정 : 2025-04-03 0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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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이 지난달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홈 경기에서 득점을 한 뒤 대구 원정 응원석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골을 넣고 이어진 세리머니, 한 명은 도발했고 한 명은 침묵했다. 다양한 스토리로 K리그가 뜨거워지고 있다.

 

K리그는 지난 2년 연속 유료 관중 3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세를 이어갔다. 올 시즌에는 사상 첫 400만 관중을 목표로 한다. 흥행에 더욱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경기 외적인 요소도 더해져야 한다.

 

팬과 선수가 이어져 있다면 더욱 시너지가 날 수 있다. FC서울 미드필더 정승원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9일 친정팀 대구FC전에서 득점을 한 뒤 갑자기 그라운드 반대편인 원정 관중석 쪽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오른쪽 귀에 손을 대고 대구 팬들을 도발하려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부주장 김진수를 비롯해 깜짝 놀란 서울의 동료들이 정승원을 쫒아가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양 팀 선수들이 뒤엉키기도 했다. 정승원은 경기 후 “팬들에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주심은 정승원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이 세리머니를 두고 “도덕적으로 옳지 않았다”, “예의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승원의 행동이 나쁘지 않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승원은 이날 경기 내내 대구 서포터즈의 야유를 받았다.

 

물론 축구에서는 친정팀을 향해 골을 넣어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불문율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문율에 불과하다. 해외에는 이런 사례가 더 많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에서 뛰다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엠마뉴엘 아데바요르(토고)가 대표적이다. 맨시티로 이적한 이후 아스널전에서 득점을 한 뒤 아스널 팬들을 향해 뛰어가기도 했다.

 

오히려 정승원의 세리머니로 다음 두 팀의 맞대결이 기대를 받게 됐다. K리그 베테랑 기성용(서울)도 과거 “스토리가 없으면 재미도 없다. 도발적인 세리머니가 나올 수 있다. 그런 세리머니가 나와야 팬들도 좋아하고 스토리도 더 쌓인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게다가 정승원은 평소 K리그 흥행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올 시즌 개막 직전에 화려한 머리 스타일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당시 그는 “마음을 다 잡기 위해서 했다. 내가 더 잘하면 K리그도 더 흥행할 것”이라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주민규가 지난 1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의 원정 경기에서 득점을 한 뒤 동료들과 조용히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반면 주민규(대전하나시티즌)는 다른 방식으로 주목을 끌었다. 친정팀 팬들 앞에서 득점을 하고도 침묵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1일 친정팀 울산 HD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렸지만 무표정한 모습으로 동료들과 섞였다.

 

이날 경기는 주민규가 올 시즌 대전으로 이적한 이후 첫 울산 방문이었다. 지난 2년간 울산에서 팬들로부터 절대적인 응원을 받았기에 그는 화려한 세리머니 대신 조용히 그 시간을 넘겼다. 그는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지만 굉장히 울산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다.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정승원의 세리머니와는 차이가 있다. 주민규는 정반대의 세리머니로 K리그에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건 세리머니만으로도 K리그에 스토리가 탄생했다는 점이다. 스토리가 있어야 K리그도 좀 더 풍성해질 수 있다.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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