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의 스케줄을 따라다니던 뒤틀린 팬심이 범죄 수준으로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주거침입은 일상다반사고 집착 수준의 스토킹, 심지어 폭행 피해를 겪는 경우까지 발생하면서 스타의 심적 고통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행기 따라 타고, 차량엔 위치추적기…폭행 피해까지
그룹 엔하이픈의 소속사는 지난 5일 멤버들의 스토킹 피해를 호소했다. 소속사 공지에 따르면 배달기사나 운전기사 등을 사주해 아티스트의 숙소에 침입해 멤버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등 심각한 불법 스토킹 행위가 벌어졌다. 또 불법 구매 정보로 항공편에 동승하고 사적 공간에서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불법 촬영 등 사생활 침해와 스토킹 행위가 빈번했다.
대부분의 소속사는 공항 내 질서와 안전 의무 준수를 당부한다. 인기 아이돌 그룹이나 배우들이 출입국할 때마다 이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촬영하기 위한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과도하게 시도되거나 금지 구역 촬영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등 스타들은 심각한 피해를 겪기 때문이다.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 등 유명 연예인의 항공권 정보를 빼돌려 팬들에게 판매해 수익을 챙긴 외국 항공사 직원이 적발됐다. 가요계는 그동안 민감한 개인 정보인 항공권 정보가 번번이 사전 유출돼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번에 붙잡힌 항공사 직원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탑승편과 시각 정도를 거래하고 더 비싼 가격에는 훨씬 구체적이고 민감한 정보를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정보를 얻은 아티스트의 사생팬은 같은 항공기에 탑승한 뒤 신체 접촉을 시도하거나 기내식 주문을 바꿔놓는 등 스토킹 행위를 해 피해를 끼쳤다. 심지어 일부는 항공편 예약을 아예 취소하거나 좌석 정보를 변경해 가수 일정에 차질을 빚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룹 더보이즈 멤버 선우는 폭행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1월 선우가 숙소로 들어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중 해당 층 비상계단에 숨어 있던 사생팬이 접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협을 느낀 선우는 당사 직원에게 이를 즉시 전했고, 도주하려던 팬을 붙잡고 있던 과정에서 수차례 구타 당했다.
더보이즈의 사생팬들은 사옥과 숍은 물론 숙소 등 사적인 장소나 비공개 스케줄에 무단 방문하고 차량을 따라다녔다. 사옥 앞에 세워져 있던 아티스트 차량에는 위치 추적기가 부착됐으며, 또 다른 차량 타이어는 고의로 파손됐다.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정도의 스토킹 피해다.

◆송재림, 악질 사생으로 생전 고통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송재림은 생전 한 일본인 사생팬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알려졌다. A씨는 모자이크도 하지 않은 채 송재림의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의 사진을 지속적으로 게재했으며 개인정보도 지속적으로 유포했다. 실제로 송재림이 세상을 떠난 배경에 사생팬의 악질 행위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생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팬들과 주변의 공통된 의견이다. 송재림의 비보가 전해진 후 자신의 행각이 공개되자 A씨는 SNS 계정을 폐쇄하고 잠적했다.
◆장난전화→사생택시…오랜 시간 이어진 사생활 침해
사생 피해는 과거부터 꾸준히 발생해왔다. 개인정보를 불법 취득해 연락을 시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방탄소년단 정국은 2022년 라이브 방송 도중 장난 전화가 계속 걸려오자 “소름 돋는다”며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2019년에도 정국은 라이브 방송 중 휴대폰으로 전화가 오자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안 받는다”며 “사실 사생팬들에게 전화가 많이 온다. 차단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가수 김재중은 2003년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한 뒤 계속되는 사생팬의 집착에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동방신기는 여러 사생팬으로부터 숙소 열쇠가 복사되거나 생리혈 모아 받기, 자고 있는 동안 키스를 당하는 등의 피해를 겪었다.
특히 김재중은 오래 전부터 자신을 비롯한 아이돌을 괴롭혀 왔던 ‘사생택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사생택시는 연예인의 일상을 쫓아다니는 극성팬들이 대절해 타고 다니는 택시를 뜻한다. 김재중은 지난해 “한 사람의 소중한 시간과 감정을 짓밟는 괴롭힘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며 “사생택시를 타는 사람보다 사생택시 운영사가 더 악질”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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