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날카롭게’ 연마한다.
특급 마무리 박영현(KT)이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을 꿈꾼다. 지난해 팀의 마무리 투수로 이동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더욱 정교해진 커터를 갈고 닦으며 더욱 강력한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쾌조의 페이스다. 시범경기 최종 4차례 마운드에 올라 연속 무실점 행진을 기록, 남다른 안정감을 증명했다. 묵직한 돌직구는 여전히 그의 가장 큰 무기다.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 역시 예년처럼 위력을 더한다. 여기서 한 가지 돋보이는 변화가 있다. 바로 마무리 2년 차 시즌을 더욱 완성도 높게 만들기 위해 공들이고 있는 커터의 성장세다.
박영현의 제3구종은 슬라이더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선수 본인은 슬라이더가 아닌 커터라고 말한다. 정확히는 2024년을 기점으로 커터를 던지고 있다. KT 전력분석팀 역시 박영현의 해당 구종을 슬라이더가 아닌 커터로 분류한다.
시범경기 기간 14개의 커터를 던졌으며, 시속 평균 135㎞, 최고 137㎞까지 나왔다. 이 기간 직구 비중 70%부터 커터 19%, 체인지업 11%를 가져갔다. 올 시즌 커터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 박영현이 보여준, 일종의 예고편이다.

뜻밖의 ‘귀인’이 있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출전했던 박영현은 대표팀 동료 원태인(삼성)에게 커터를 전수받았다. 기존에 던졌던 슬라이더와는 달랐기 때문에 자신의 것으로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직구와 체인지업에 집중하면서 커터 구종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제대로 던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그는 자신을 향해 “원래 슬라이더를 정말 못 던지는 투수였다. 상대 타자한테 읽히는 경우도 많았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원)태인이 형한테 커터를 배우고, 사실 다른 슬라이더 구종도 연습해 봤다. 그러다가 작년에 다시 (커터를) 써봤는데 엄청 좋더라. 지금 모습으로도 매력적인 구종”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난 피홈런을 억제할 수 있는 키다. 지난해 기준 1년 사이 9이닝당 홈런 허용이 0.36개에서 1.41개로 큰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커터의 완성도를 끌어 올리는 게 관건이다. 박영현은 “계속 다듬고 있다. 커터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자신감도 생겼다. 내년까지 염두에 두면서 더 많이 활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여름에는) 컨디션 좋을 때 스피드가 140㎞도 충분히 나올 듯싶다. 맞더라도 땅볼 타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의도하고 던진다. 상대 타자의 방망이에 살짝 깎여 맞아 범타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시점 커터의 완성도를 60~70%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단계에서는 연습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시범경기에서 여러 차례 던져봤다. 경기 후 분석을 통해 계속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년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박영현은 2023시즌 홀드왕(32홀드)에 오르며 KT 불펜의 핵심으로 우뚝 섰고, 직전 시즌엔 본격적으로 마무리 투수로 나선 바 있다.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10승2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2(76⅔이닝 30자책)를 마크,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활화산 같은 기세는 국제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마무리 투수로 맹활약(5⅓이닝 무실점), 명실상부 ‘국가대표 클로저’로 자리 잡았다.
흔히 ‘수천 겹 겹쳐 두드려야 명검이 탄생한다’고 했다. 박영현 또한 팀과 함께 더 높은 곳을 올라가기 위해 안주하지 않는다. 늘 그랬듯 증명할 수 있을까. 2025시즌, 박영현의 한층 원숙해진 커터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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