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명을 묶으면 다른 쪽이 터지고… 어렵네요.”
낭떠러지까지 내몰렸다. 여자프로농구(WKBL) 우리은행이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떠안았다. 18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WKBL 챔프전 2차전서 49-55로 졌다. 앞서 16일 같은 곳에서 펼쳐진 1차전(47-53)에 이어 뼈아픈 패배다. 5전3선승제 시리즈서 전적 0승2패, 벼랑 끝에 몰렸다.
에이스 김단비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정규리그부터 플레이오프(PO), 챔프전 내내 고독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 여파가 여실히 드러난 하루였다. 35분39초를 뛰어 15점 11리바운드를 기록, 경기 내내 난조에 시달렸다. 이날 그의 야투율은 20.8%에 그쳤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 활로를 뚫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의찮았다. 3점슛 3개를 넣은 스나가와 나츠키(17점 6리바운드)가 분전한 게 우리은행에겐 위안이었다.
경기 후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BNK와의 대결이) 확실히 쉽지 않다”며 “얘를 막으면 쟤가 터지고, 쟤를 막으면 얘가 터진다. 참 어렵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냉정한 목소리로 “실력 차이가 드러났다. 김단비 중심으로 (공격이) 너무 단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수들은 나름 열심히 했다. 그 결과로 김소니아와 박혜진의 득점을 묶었다. 그건 생각대로 됐는데, 다른 쪽을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우리은행은 BNK 선수 가운데 김소니아(7점)와 박혜진(0점)을 막아냈지만, 안혜지(16점), 이이지마 사키(15점)를 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얇은 뎁스, 경기를 거듭할수록 훨씬 크게만 느껴진다. 정규리그와 다른 단기전이기에 더 그렇다. 위 감독은 “정규리그 때는 팀들이 돌아가면서 맞대결을 펼친다. 지금은 한 팀과 연속해서 붙으니까 (스타일이) 읽힐 수밖에 없다. (김)단비도 그 부분을 부담스러워하더라. 선수층에서 나오는 약점과 리스크다. 어떻게든 뒤집고 싶었는데, 역부족이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선수들은 홈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그다음 과정을 만들지 못한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분위기를 추스를 시간도 없이 곧장 원정길에 오른다. 2차전을 마친 뒤 밤과 새벽 사이 부산으로 이동, 오는 20일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챔프전 3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더 이상 뒤가 없다. 사령탑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대충할 생각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위 감독은 “우리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산에 가서도 동등한 입장에서 경기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준비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아산=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