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칸이 포르쉐의 스포츠카 DNA를 전기차로 계승했다. 포르쉐는 전기차에서도 본인들의 본질을 잊지 않고 여타 대중 승용차회사와는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어필했다.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순수 전기차(EV)인 타이칸에 이어 또다시 전기차 부문에서 지배자의 영역을 확고히 했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 12일 마칸 일렉트릭을 시승회를 열었다. 이번 시승회는 서울 중구를 출발해 가평 및 춘천에 이어 양양 모처까지 국도와 고속도로 넘나들며 총 350㎞에 이르는 구간이었다.

◆포르쉐 혈통의 존재감
멀리서 봐도 포르쉐였다. 마칸 1세대(95B)가 911을 떠오르게 하는 디자인 언어를 따랐다면 2세대(XAB)와 순수전기차(EV) 타이칸부터는 외모의 변신을 시도했다. 마칸 일렉트릭 역시 타이칸의 SUV버젼이라고 여겨도 될 정도로 닮음새가 느껴진다. 아쉽게도 한눈에 멋지다는 생각은 들 정도는 아니었고 예쁜 구석이 애써 찾아야만 했다.
덩치 역시 커졌다. 특히 휠베이스가 86㎜ 늘어나 미적 균형감과 공간감을 더했다. 트렁크 용량은 최대 540ℓ 넓어졌고 EV인 만큼 프렁크 공간은 덤이다. 시트 포지션 역시 최대 28㎜ 낮아져 마치 넓은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뒷좌석 역시 넓어졌음에도 장거리·장시간 주행으로는 안락해 보이는 사이즈는 아니었다.

◆마칸 고성능 모델…압도적 스펙
마칸 일렉트릭은 ▲마칸 ▲마칸 4 ▲마칸 4S ▲마칸 터보, 4종 라인업을 갖춘 가운데 이날 시승한 차량은 마칸 4S와 마칸 터보였다.
터보 모델은 명불허전이다. 포르쉐 이전 모델들이 그래왔듯이 압도적인 스펙을 지녔다. 마칸 터보는 스펙은 최대 출력 639마력(470㎾), 최대 토크 115.2㎏·m이며 제로백 3.3초로 운전자를 원하는 위치로 단숨에 이동시켜준다. 국내 도로에서는 해당 모델의 성능을 발휘할 수 없어 서킷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만 봤음에도 전기차 특유의 강력히 미끄러져 나가는 속도감은 일품이었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견고한 무게 중심으로 인해 스피드 미터에 찍힌 속도는 예상치보다 매번 약 50㎞씩 빨랐다.

마칸 4S는 516마력(380㎾), 최대 토크는 83.6㎏·m, 제로백은 4.1초의 스펙을 지니고 있다. 괴물 같은 터보 모델 성능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일반 도로에서 능력을 뽐내기에는 차고 넘치는 성능이다.

◆해발 고도 높은 와인딩 코스는 아쉬워
주행성능은 명확했다. 시내 및 고속도로 시내 주행성능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우면서도 민첩했다. 하지만 백두대간 자락의 강원도 지역 해발 고도가 높은 와인딩 코스가 지속하자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 멀미를 호소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산간지역과 오프로드보다는 도심용 차량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명확지는 순간이다. 역시 험준한 지역에서는 내연기관 고배기량의 넉넉함이 그리워진다.
드라이브 모드는 노멀(Normal), 스포츠(Sports), 스포츠 플러스(Sports Plus) 세 가지다. 모드별로 섀시, 레벨, 전기 스포츠 사운드, 스포일러 오픈 등이 상세 배분돼 있으며 물론 개인화 세팅도 가능하다. 평상시 도로에서는 스포츠 모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으며 서킷 방문 시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강력한 위용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급하지 않게…제대로 만들었다
포르쉐는 프리미엄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만큼 전동화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준비해왔고 이제 그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전비 역시 출중한 편이다. 4S가 450㎞, 터보가 429㎞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행 가능하다. 시승 코스에서도 진가를 어김없이 발휘했다. 강원도 지역 내리막 와인딩 코스에서 효율적인 회생제동 능력을 발휘해 20㎞ 가까이 주행거리가 늘어나기도 했다.
또한 뒷바퀴가 5도까지 개입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탑재돼 고속주행 및 저속주행에서 안정적인 코너링을 선사한다. 이는 코너링 및 차선 변경, 회전 교차로 진·출입 시 특유의 부드러움이 배가됐다.
로드스터 본가인 포르쉐 감성에 SUV의 실용성까지 모두 갖고 싶은 이들에게 ‘마칸 일렉트릭’은 준수한 선택지 중 하나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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