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세영(삼성생명)이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 우승을 확정짓고 포효했다. 올해 국제대회 4회 연속 우승이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은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왕즈이(중국·2위)를 2-1(13-21 21-18)로 꺾고 세계 최정상에 섰다.
안세영은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에서 모두 정상에 오른 뒤 이번 대회까지 제패하며 세계랭킹 1위의 위엄을 선보였다. 또한 올해 공식전 20연승의 기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2023년에 이어 전영오픈 통산 2회 우승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사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우려가 컸다. 지난 16일 4강 야마구치 아카네(일본·3위)와의 맞대결에서 48분 만에 2-0으로 가볍게 제압했으나,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여기에 지난 9일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열린 오를레앙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휴식 없이 곧바로 영국으로 넘어와 지난 13일부터 경기를 치른 탓에 체력이 저하된 상태였다.

실제 안세영은 이날 1세트 왕즈이의 기세에 밀려 1세트를 13-21로 허무하게 내주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듯했다. 하지만 여제 앞에서 우려는 기우였다. 2세트 초반에도 왕즈이에게 끌려가며 어려운 경기를 이어갔으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점수 차를 유지하며 추격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2세트 후반부터였다. 2세트 경기 흐름은 안세영과 왕즈이 모두 헤어핀과 클리어로 상대를 흔드는 똑같은 플레이 스타일로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 안세영은 곧바로 공격적인 스타일로 경기 페이스를 완전히 바꿨다. 17-18로 밀린 상황에서 크로스 헤어핀으로 상대를 몰아놓고, 다시 크로스 드라이브로 점수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이 전략으로 19-18 역전에 성공한 안세영은 기세를 몰아 2세트를 따냈다.
3세트도 쉽지는 않았다. 좋지 않은 무릎과 체력적 한계 등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간 안세영은 왕즈이와 긴 렐리를 이어가는 등 초접전을 펼치며 엎치락뒤치락, 18-18 또 한 번 동점 상황에 놓였다. 이때 안세영은 다시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로 돌아가 헤어핀과 클리어로 왕즈이를 흔들었다. 특히 헤이핀과 클리어를 한 번은 짧게, 한 번은 길게, 또 크로스를 섞어가며 왕즈이의 실수를 유발했다. 20-18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왕즈이의 클리어가 백바운더리 라인을 벗어나며 그대로 안세영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셔틀콕을 우승 전리품을 챙긴 안세영은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안세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어메이징하다. 우승을 차지해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를 믿었다”며 “계속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안세영은 “자신의 100%을 쏟아내며 최선을 다해준 왕즈이에게 고맙다. 다음에도 또 멋진 경기를 하길 기대한다”고 인사를 전했고, 팬들에게도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활짝 웃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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