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드민턴 여자 단식 안세영(삼성생명·세계랭킹 1위)의 포효가 멈출 줄 모른다.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 정상까지 탈환하면서 강력한 임팩트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을 일찌감치 자신의 해로 써 내려가고 있다. 말레이시아오픈과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를 연달아 제패하면서 세계랭킹 1위다운 위엄을 뽐냈다. 기세는 전영오픈까지 이어졌다. 지난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95분 간의 혈투를 끝에 왕즈이(중국·세계랭킹 2위)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결승전을 앞두고 허벅지와 무릎 통증과 독감까지 걸리는 최악의 컨디션이었지만, 어떤 것도 그를 막을 순 없었다.
2023년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여자 단식 선수로 정상에 올랐던 안세영은 2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최고의 자리에 새겼다. 전영오픈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위대함이란 승리를 쫓는 것을 멈추지 않는 자의 것임을 안세영이 증명했다”고 호평했다.
1899년에 시작한 전영오픈은 올해로 126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대회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대회로 배드민턴계의 ‘윔블던’이라고 불린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 버금하는 권위를 자랑한다. 여자 단식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건 황선애(1981년)와 김연자(1986년), 방수현(1996년) 그리고 안세영까지 네 명이다. 안세영만 유일하게 이 대회에서 두 번 우승했다.
따라올 적수가 없다. 20연승 무패다. 4번의 우승을 하면서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았다. 3경기에서 한 세트씩 내준 게 전부다. 새로운 라이벌로 부상한 왕즈이와의 올해 두 번의 맞대결에서도 모두 이겼다.
2002년생으로 이제 23살, 벌써부터 전설이라는 단어가 거론된다. 한국 선수 최초로 전영오픈 2회 우승,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우승까지 달성한 그가 어디까지 비상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일단 가장 근접한 그다음 목표는 그랜드슬램이다. 다음 달 중국 닝보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8강에서 탈락해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안세영은 “그랜드슬램이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경기하고 싶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대회보다 성적이 잘 안 나왔던 대회인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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