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라이프

검색

[발왕수플래시] “우리 또 만나요” 겨울스포츠 마니아 하나로 묶은 ‘애프터 파티’

입력 : 2025-03-16 16:30:00 수정 : 2025-03-16 14:30:46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키나 보드, 썰매 등을 타고 물웅덩이를 건너는 발왕수플래시가 열린 15일 모나용평 스키장 야외행사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참가자의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있다. 김용학 기자

 

 “겨울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데 모여 멋지게 마무리를 한 것 같아요. 이런 자리가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화려하면서도 정겨운 피날레였다. 지난 15일 ‘발왕수(水)플래시’를 끝으로 모나용평 스키장(강원 평창군)이 올시즌 준비한 주요 이벤트가 모두 막을 내렸다(폐장 3월30일). 스키와 보드, 썰매 등을 타고 눈이 아닌 물 위를 가르는 발왕수플래시는 6회째인 올해 참석자뿐 아니라 관중도 함께 어울리는 축제의 장으로 확장됐다. 주최 측이 야심차게 준비한 ‘애프터 파티’를 통해 새 친구도 사귀었다는 참가자 김기훈 씨는 “내년 행사가 벌써부터 기대된다”며 엄지를 세웠다.

 

 1975년 국내 최초로 개장한 모나용평 스키장은 2020년부터 물웅덩이에 도전하는 유일무이한 이색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참가자는 각자 선택한 동계스포츠 도구를 타고 눈 쌓인 언덕에서 출발해 길이 15m, 깊이 1m의 물웅덩이를 건너야 한다. 결과는 둘 중 하나다. 스키장이 위치한 발왕산 정상(해발 1458m)에서 솟아나오는 천연암반수 발왕수로 채운 물웅덩이에 입수하거나 놀라운 균형 감각으로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연출하거나.

 

발왕수플래시 참가자가 토르 복장에 보드를 타고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많은 관중들이 지켜보고 있다. 주최 측은 올해 이벤트 장소를 변경하고 규모를 키우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토르 분장을 하고 물웅덩이를 끝까지 넘은 정재현씨는 올해 대상을 차지했다. 김두홍 기자

 

 올해는 규모를 더 키웠다. 기존에 슬로프 일부 구간에서 대회를 진행하던 것을 이번에는 훨씬 더 넓은 야외행사장으로 옮기며 스탠딩 파티 공간을 추가했다. 덕분에 대회 참가자 100명 외에도 350명 관중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현장에서 입장권을 판매한 주최 측은 이날 오후 3시 행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매진 소식을 알렸다.

 

 약 10개의 이동식 난로가 파티장 곳곳에 설치된 가운데 입장 관중들은 어묵, 돼지고기구이, 치킨, 소시지, 빵, 쿠키 등 다양한 먹거리와 하이볼, 맥주, 음료 등 마실거리를 즐기며 대회 참가자들의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응원했다. 자신의 차례가 끝난 참가자들도 속속 파티장에 합류해 배를 채우며 다른 참가자들은 어떻게 물웅덩이에 맞서는지를 살폈다.

 

발왕수플래시는 올해부터 참가자 뿐 아니라 관중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규모를 키웠다. 입장 관중들은 이동식 난로가 곳곳에 설치된 공간에서 다양한 식음료를 먹으면서 참가자들의 퍼포먼스를 구경하고 스탠딩 파티를 즐겼다. 이벤트 참가자와 관중들이 한 데 모인 애프터 파티에서 유명 DJ의 리드에 따라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다. 김두홍 기자

 

 3년째 이벤트에 참가 중이라는 신우림 씨는 “지난해만 해도 슬로프에서 행사가 진행되어서 공간도 넓지 않고 몸을 녹일 수도 없다보니 내 차례가 끝나면 숙소로 돌아가기 바빴다”며 “이렇게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서 다른 참가자들이 뛰는 모습을 보니 참 재밌다”고 말했다.

 

 미처 입장권을 구매하지 못한 방문객들은 이벤트 장소 주변을 빙 둘러싼 채로 퍼포먼스를 지켜봤다. 늦게 도착해서 까치발을 들고 보려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입장 관중 일부는 파티장 내부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으로 편하게 관람을 했다. 주최 측은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근처에서 구경을 한 인원까지 총 1000명이 발왕수플래시를 즐겼다고 밝혔다.

 

발왕수플래시 행사에서 프로야구 KT위즈 치어리더팀이 멋진 춤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김용학 기자

 

 이날 행사는 프로야구팀 KT위즈 치어리더팀도 함께했다. 이들은 화려한 춤과 능숙한 호응 유도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행사 막바지에는 유명 DJ들이 무대에 서자 순식간에 클럽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왔다는 다이애나 씨는 “춤추고 노래하며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스탠딩 파티라서 너무 반갑고 신난다”며 웃었다. 

 

 한국인 남편과 2017년 결혼해 쌍둥이 딸을 뒀다는 다이애나 씨는 “스키장에서 스키나 보드를 타고 물웅덩이로 뛰어드는 모습은 처음 본다. 사전 신청을 못해서 이번엔 파티만 참석했는데 내년에는 가족과 함께 꼭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출신 다이애나 씨와 임경호 씨 부부가 쌍둥이 딸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다이애나 씨는 미국에서도 이런 축제는 처음 본다며 신기해했다. 김두홍 기자

 

 시상식을 앞두고 긴장감에 일순 조용해진 현장은 수상자들이 호명되면서 다시 떠들썩해졌다. 푸짐한 선물들이 걸린 추첨 시간에는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서로에게 축하를 건네며 신나게 건배를 하는 이들에게 친구 사이냐고 묻자 입을 모아 “오늘 처음 본 사이”라며 쾌활하게 답했다. SNS 계정을 교환하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애프터 파티를 통해 눈처럼 뭉친 스키∙스노보드 마니아들은 하얀 연대감으로 내년 ‘애프터 시즌’을 기약했다.

 

평창=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