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예능 프로그램이 방송의 흐름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지상파와 케이블TV가 예능 시장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웹예능이 대중성과 화제성을 앞세워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더 이상 TV 편성이 콘텐츠 성공의 조건이 아닌 시대가 됐다.
11일 방송계에 따르면 핑계고, 짠한형, 살롱드립, 네고왕 등 다양한 웹예능이 높은 조회수와 화제성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웹예능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접근성과 자유로운 시청 환경이다. TV 편성 시간에 맞춰야 하는 기존 방송과 달리 유튜브 콘텐츠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소비할 수 있다. 모바일 중심 플랫폼의 특성상 출퇴근길이나 짧은 휴식 시간에도 부담 없이 시청 가능하다. 여기에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이용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소비하게 된다.
콘텐츠 문법 역시 기존 방송과 차별화된다. 최근 인기 웹예능은 과한 설정이나 정형화된 진행보다 자연스러운 대화와 관계성에 집중한다. 출연자의 솔직한 반응과 편안한 분위기는 마치 지인들의 대화를 지켜보는 듯한 친밀감을 형성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대표적인 사례가 핑계고다. 공개 전부터 국민 MC 유재석의 첫 유튜브 예능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던 핑계고는 자유로운 토크 분위기를 앞세워 큰 인기를 얻었다. 초기에는 유재석과 지석진이 공원에서 대화를 나누는 단순한 형식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게스트와의 자연스러운 케미가 입소문을 타며 회당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최근 공개된 배우 주지훈, 김남길, 윤경호의 출연 회차는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1100만회를 넘기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장도연의 살롱드립과 신동엽의 짠한형 역시 웹예능 전성시대를 대표하는 콘텐츠다. 살롱드립은 장도연 특유의 편안한 진행과 재치 있는 리액션으로 스타들의 인간적인 매력을 끌어내고 있으며 짠한형은 술자리를 콘셉트로 기존 방송 토크쇼보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를 형성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웹예능은 제작 환경에서도 강점을 가진다. 방송법과 심의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브랜드 노출이나 협찬 활용 역시 유연하다. 대표 사례인 네고왕은 기업과 직접 협업하는 형식을 전면에 내세우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소비자 의견을 기업 대표에게 전달하는 콘셉트와 실제 할인 프로모션을 결합해 콘텐츠와 마케팅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는 4억3000만뷰를 넘어섰다.
콘텐츠 경쟁력이 쌓이자 TV가 먼저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풍향고는 시즌1 누적 조회수 4400만뷰를 기록하고 제61회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예능 작품상까지 수상했다. 유튜브에서 시작한 콘텐츠가 방송 최고 권위의 시상식 무대에 오른 것 자체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어 시즌2는 유튜브 선공개와 함께 ENA 편성이 확정됐고 실제 방송 시청률도 ENA 평균을 웃돌았다.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JTBC) 역시 유튜브 기반 콘텐츠가 방송 장수 프로그램으로 안착한 사례다. 현실 밀착형 이야기와 법률 전문성을 결합한 포맷이 TV 시청자에게도 통했다.
업계는 이 흐름의 본질이 플랫폼 이동이 아닌 콘텐츠 권력의 이동이라고 본다. TV가 웹예능을 끌어들이는 구조가 됐다는 것 자체가 이미 주도권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조회수와 화제성으로 검증된 콘텐츠가 TV 편성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웹에서 먼저 흥행한 콘텐츠가 방송으로 오는 흐름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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