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아이돌’이 직접 나선 만큼 ‘화룡점정’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팬들은 매일같이 투표했고, 구단은 화답하듯 쉴 새 없이 콘텐츠를 내놨다. 선수들은 과감한 분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프로야구 두산이 서울 잠실야구장서 치르는 마지막 올스타전을 앞두고 불을 제대로 지폈다.
이번 올스타전 베스트12 팬 투표는 23일 오후 2시 마감된다. 종료를 13시간여 앞둔 이날 0시30분 기준 두산은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 실시간 집계에서 드림 올스타 12개 부문 가운데 10개 부문 선두에 자리했다.
선발투수 곽빈을 비롯해 중간투수 김정우, 마무리투수 이영하, 포수 양의지, 2루수 박준순, 3루수 박지훈, 유격수 박찬호, 외야수 정수빈·김민석, 지명타자 손아섭이 각 부문 1위다. 나머지 두 자리서도 두산 후보들이 2위로 선두를 뒤쫓고 있다.
전체 득표 상위권에도 두산 선수들이 줄지었다. 양의지가 143만60표로 가장 앞섰고, 손아섭이 140만4394표로 2만5666표 차까지 따라붙었다. 곽빈과 정수빈도 각각 132만6898표와 129만840표를 얻어 뒤를 이었다.
물론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앞선 집계엔 애플리케이션 투표 결과가 포함되지 않았고, 최종 베스트12는 팬 투표 70%와 선수단 투표 30%를 합산해 결정한다. 명단은 하루 뒤인 24일 발표된다.
팬들이 보고 싶은 스타를 직접 고르는 만큼 때론 ‘인기투표’ 성격이 짙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대신 이를 선수단 투표와 감독추천 등이 보완해 활약과 인기, 현장의 평가를 두루 반영한다.
무엇보다 두산의 강세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많은 표를 얻어서만은 아니다. 투표 기간 내내 구단과 선수들이 팬들과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장면을 꾸준히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중심엔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베어스티비’가 있다. 후보 선수들의 투표 독려 영상을 차례로 공개하며 각종 밈과 숏폼 유행을 과감하게 끌어왔다. 자칫 가볍게 비칠 수 있는 시도까지 선수들의 개성과 재미로 살려낸 데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아무리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제 콘텐츠로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문턱을 넘어야 할 터. 이 새로운 시도에 힘을 실어준 두산 구단의 유연함도 빼놓을 수 없다.
선수들 역시 서툰 춤과 연기, 파격적인 분장까지 거리낌 없이 소화했다. 어색함 속에서 도리어 더 진솔하게 다가온 모습은 팬들의 미소를 자아냈고, 많은 참여로도 이어졌다는 평가다. 다른 구단 팬들 사이에서도 “다들 얼마나 올스타전에 가고 싶은지 감도 안 온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투표 종료가 임박하자 비장의 카드까지 꺼냈다. 프랜차이즈 스타 정수빈이 금색 가발과 짙은 눈 화장, 화려한 배색 조합의 상·하의로 꾸민 채 잠실 관중석에서 ‘파라파라 댄스’를 선보였다.
그의 분장은 1990~200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이른바 ‘갸루’를 본뜬 것이다. ‘걸(Girl)’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한 갸루는 짙은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으로 개성을 드러낸 문화로 통한다. 나아가 당시 유로비트 음악에 맞춰 추던 파라파라 댄스는 최근 아이돌 그룹의 숏폼 영상을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수빈은 해당 영상 내 일본어 대사 더빙도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했다. 2009년 열아홉 살에 데뷔해 두산에서만 18번째 시즌을 보내는 베테랑 외야수의 과감한 변신이다. 이번 올스타전에 임하는 두산의 유쾌하면서도 뜨거운 열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으로 풀이된다.
두산이 올해 유독 적극적으로 움직인 데는 개최 장소의 의미도 크다. 이번 올스타전은 LG와 두산이 함께 홈으로 사용하는 잠실야구장서 열린다. 현재의 잠실야구장은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 수순에 들어가고, 돔구장이 새롭게 들어선다.
두 팀은 내년부터 잠실주경기장을 개조한 대체 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지금의 잠실에서 올스타전이 펼쳐지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아쉬운 마음은 ‘한 지붕 두 가족’ LG 팬들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LG 역시 나눔 올스타 12개 부문 가운데 9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곰들이 한껏 키워놓은 잠실의 마지막 별들의 잔치를 향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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