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데스크칼럼] K-컬처의 또 다른 진화, ‘칸 영화제’

입력 : 2026-05-13 17:36:13 수정 : 2026-05-13 18:04:03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박찬욱 감독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포토콜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 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AP/뉴시스
박찬욱 감독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포토콜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 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AP/뉴시스 

언제부턴가 지구촌 곳곳에서 K-컬처가 세계인의 심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이 서브컬처가 아니라 음악의 한 장르로 분류되는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멕시코를 방문한 방탄소년단이 셰인바움 대통령과 직접 만나 국빈으로 대접을 받았다. 대통령궁 발코니에 서서 광장을 가득 메운 멕시코 아미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은 놀라움을 안겼다.

 

이젠 프랑스 칸에서 또 한번 새 발자취가 새겨진다. 수상의 기다림이 아닌 수상을 결정하는 위치다. 이번에는 K-컬처의 인기가 아닌 권위와 철학을 드러낼 수 있는 의미있는 상황이다.

 

제79회 칸 영화제는 배우 제인 폰다와 공리의 개막 선언으로 막을 올렸다. 피터 잭슨 감독이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레드카펫의 중심에는 중년의 멋진 한국인이 서 있었다. 박찬욱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칸의 계단을 밟은 것이다. 박 감독은 배우 데미 무어, 클로이 자오 감독 등 9인의 심사위원단과 나란히 레드카펫에 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수상자로, 심사위원으로 칸을 드나들던 한국 영화인이 마침내 축제 최고 권위의 심판석에 오른 장면이었다.

 

박 감독은 개막 전날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가 영화의 변방 국가인 것처럼 취급되던 긴 세월이 있었는데, 그 시대에도 한국에는 훌륭한 감독들, 배우들이 있었다”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선배들 생각이 많이 난다”고 떠올렸다. 빛을 보지 못한 채 스러져간 세대를 떠올리는 박 감독의 소감에서 심사위원장의 자리가 단지 한 감독의 영예가 아님이 느껴졌다.

 

특히 묵직한 울림을 주는 심사 기준을 밝혔다. 박 감독은 “상들은 50년이나 100년 동안 남을 작품들에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적, 장르, 정치적 이념과 같은 외부 요인을 배제하고 오로지 작품 자체의 가치만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예술 작품이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서 적으로 여겨져서는 안되며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고 해서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훗날 역사가 이 판단이 옳았음을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증오와 분열의 시대에 영화로 연대를 말하는 박 감독의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각오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 주역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황금종려상을 향한 레이스에 뛰어든다. 또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진출한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전지현, 고수, 구교환 등이 출연한 작품이다.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감독 주간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듯 경쟁·비경쟁·독립 부문을 동시에 점령한 것은 한국 영화의 외연이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제 K-컬처는 세계인의 마음을 얻는 것을 넘어 세계 최고 권위의 무대에서 기준을 세우는 자리에까지 올랐다. 올해 칸 영화제는 K-컬처의 인기 여부가 아닌 K-컬처의 가치관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진화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권기범 연예문화부장 



권기범 기자 polestar174@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