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풍경‧사람들 관찰 좋아해”
카페 3곳 옹기종기 ‘도레빌리지’
흰 꽃 흐드러진 정원서 인생샷
100년 역사 자랑 ‘금풍양조장’
술래길 체험‧아인술페너 독특
마음 수양에 좋은 ‘채플갤러리’
스테인드글라스 가득…뷰도 일품
바쁜 우리들, 친한 친구를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심지어 ‘1년에 3번 만날 정도면 베스트 프렌드’라는 말도 들었다. 그동안 일상에 치여 친구를 만나는 것조차 어려웠다면 시간을 내 교외로 당일치기 여행을 함께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배우 최다니엘과 10여년간 우정을 이어가는 김경하 도레컴퍼니 대표의 ‘당일치기 강화도 나들이’에 함께했다. 두서없이, 특별한 계획 없이 ‘강화도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만 정한 채 1시간 남짓을 달린다. 이곳에는 김경하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 브랜드가 모인 ‘도레 빌리지’가 있다.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곳곳을 다녔다.
목표는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좋은 것 보고, 맛있는 것 먹기.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었던 이 날, 놀랍게도 모든 일이 마법처럼 술술 풀렸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떠나기 좋은 이날의 사랑스러운 여정을 소개한다.
◆최저씨와 여유롭게 ‘강화도 걷기’
“강화도, 분명 온 적이 있는데. 촬영으로 교동을 한 번 찾았어요. 오늘이 두 번째네요.”
10여 년 전 ‘지붕뚫고 하이킥’ 이지훈 역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배우 최다니엘. 최근 예능 블루칩으로 거듭났다. ‘전지적 참견 시점’ 등에서 일상을 공개한 그의 새로운 매력이 주목받았고, 이달 말 첫 방송 예정인 MBN ‘혼전연애’ MC로 나선다.
그동안 ‘안경이 어울리는 스마트한 배우’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30대 후반에 이른 지금 여전히 소년미가 느껴지는 미소, 무해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일명 ‘최저씨’로 통한다. 이날도 청바지에 흰 티셔츠, 에코백을 둘러멘 편안한 차림으로 싱긋 웃으며 일행들을 맞는다.
“여행을 특별히 즐기지는 않는데 막상 가면 잘 다녀요. 계획을 세우기보다 일단 역에서 내리면 시청까지 걸어가 보는 식이에요. 차로 다니면 아무래도 주변을 보기 어렵잖아요. 여행지 풍경을 직접 눈에 담고 싶어서요. 사람들 관찰하는 걸 좋아해서 앉아서 일상을 지켜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수국‧데이지꽃 가득한 강화 ‘도레 빌리지’
강화도 마니산 아래 도레빌리지는 그야말로 ‘하얀 꽃 맛집’이다. 계란후라이 꽃으로 불리는 하얀 데이지부터 키 큰 흰 수국이 빼곡하다. 이곳에는 도레도레 강화점, 마호가니 그리고 셀 로스터스 등 김경하 대표가 운영 중인 카페 브랜드 4곳 중 3곳이 모여있다.
이날 도레빌리지의 마호가니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김경하 대표가 직접 ‘데이지 크림라떼’와 데이지 쿠키를 가져다준다. 이곳 강화도 데이지꽃을 형상화했는데, 꼭 먹어야 한다!
크림이 풍성한 라떼에 샌드쿠키가 마치 뚜껑처럼 얹어져 있다. 강화도 도레 빌리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제품이다. 쿠키는 딸기, 초코, 레몬 크림으로 구성됐다. ‘인천시 굿즈’이기도 하다.
총 1만6528㎡(약 5000평)의 엄청난 규모에는 김경하 대표와 가족들의 정성이 녹아있다. 건축을 전공한 아버지가 건물을 올리고, 인테리어에 조예가 깊은 어머니가 내부를 채웠다. 이 공간에서 김 대표가 자신의 브랜드로 카페를 운영하고, 사진을 전공한 동생이 함께 공간을 가꾼다. 여기에 수국정원, 데이지정원, 야생정원 등이 ‘도레빌리지의 예쁨’을 완성한다.
사실상 전체 면적 중 카페 3곳 면적을 모두 합쳐도 1353㎡에 그친다. 나머지 공간에는 조경이 잘 된 나무와 꽃들이 채우고 있다.
특히 빌리지를 가득 채운 수국은 모두 새하얗다. 김 대표의 어머니가 하얀색을 워낙 좋아해 아버지가 흰 수국 품종인 ‘유럽수국’만 심었다. 20년 넘게 가꾼 덕분에 키도 크고 풍성하다. 하얀 꽃밭에 폭 파묻힌 듯 인생샷이 나온다. 최다니엘도 수국과 함께 사진을 남긴다. “오, 잘나왔네요!”
도레 빌리지는 건축학적으로도 아름다운 곳이다. 도레도레 강화점은 2014년 인천시로부터 건축문화상을, 셀 로스터스 건물도 2022년 인천시로부터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두 건물 모두 구영민 건축가(인하대 건축학과 교수)가 설계했다.
마침 이날 설계를 맡았던 구영민 교수와 만났다. 구 교수는 이날 일본에서 온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러 셀 로스터스로 왔다고 했다. 생각지도 않은 우연한 만남이었다. 모두 최다니엘을 알아보고 “어?”하고 놀라며 반가워했다.
구 교수는 건물을 설계할 때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건축은 사람이 어떻게 보고 즐기느냐가 중요하다”며 “건물 밖뿐 아니라 안에서 창을 통해 보는 전망도 다르다. 도레 빌리지의 경우 건물 안에 들어가면 또 다른 자연이 보이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무언가를 관찰하길 좋아한다는 최다니엘은 건물을 보는 시선도 남달랐다. “산 쪽으로는 세모 형태 창을, 논과 바다가 펼쳐지는 방향에는 네모 반듯하게 창을 내셨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느낌”이라며 “건물이 다 하얀데 나무의 녹색과 잘 어우러져 말씀대로 자연이 더 자연다운 것 같다”며 감상을 전했다. 구영민 교수는 “배우가 건축가인 나보다 더 건축가 같다”며 미소지었다.
참고, 도레 빌리지는 좋은 기운이 가득한 공간이라고. 좁은 강화해협을 사이에 둔 마니산에 폭 안겨 있다. 마니산은 흔히 기운이 좋은 ‘영산’으로 불린다고 한다.
◆옛 번화가 지키는 ‘100년의 금풍양조장’
다음 코스는 요즘 떠오르고 있는 ‘금풍양조장’이다. 도레빌리지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다. 길상면은 과거 강화도의 번화가였다고.
김경하 대표는 “해상 교통이 발달한 강화도에서도 길상면은 강화도 내에서도 주요 교통로에 위치해 번화했었다”며 “여러 상점과 시장이 밀집한 지역이기도 하고 시외로 나가는 버스터미널이 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는 100년 가까이 된 금풍양조장이 있다. 김학제 씨가 1931년에 지은 1930년대식 건물이다. 2022년에는 인천시 시도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문체부가 꼽은 웰니스관광지 ‘푸드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맛있는 막걸리를 시음할 수 있고, 양조장 투어와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뤄진다. 레트로한 분위기로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들어가보니 천장 지붕 안쪽이 그대로 노출된 목조 건물이다. 최다니엘은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곳곳을 둘러본다.
양태석 금풍양조장 대표는 3대째 양조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양 대표의 할아버지인 양환탁씨가 1969년 양조장을 인수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곳은 양태석 대표가 2020년부터 운영을 맡으면서 단순 양조장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김경하 대표는 “강화도 지역에 로컬 크리에이터가 많은데, 길상면이나 화도면에는 양 대표님과 저밖에 없다. 꼭 만나보고 싶었던 분”이라고 했다.
양조장 입구에 들어서니 ‘금풍 상무님’이 맞아준다. 하얗고 착하게 생긴 강아지다. 양태석 대표는 “양조장에 어느날 갑자기 아기 강아지가 들어와 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4년이 넘었다”며 “이제는 금풍 상무님”이라고 소개했다.
하이라이트는 2층 체험장이다. 지난 7월 말에 막 마무리한 공간에는 막걸리 균을 배양할 때 사용한 나무 상자를 쌓아 올려 탁자처럼 만들었다. 왕겨로 만든 벽과 술 만드는 데 사용된 우물이 남아있다.
이날 양태석 대표는 2층 공간을 즐기는 ‘술레길 5코스’를 안내했다. ▲양조장을 보고 ▲술항아리에 소원을 말하면서 울림을 듣고 ▲금풍양초의 향을 맡고 ▲길상(吉祥·운수가 좋을 조짐) 기둥을 만지고 ▲막걸리 맛을 보는 순서다. 이와 함께 요즘 떠오르는 ‘영수증 사진기’로 기념 촬영을 한다. 최다니엘도 함께한 일행들과 추억을 남겼다.
양조장 기둥엔 마치 칼로 긁어 쓴 듯한 한자 몇 개가 보였다. 양 대표는 이 가운데 ‘길상’ 글자를 소개했다. 이는 과거 양조장 일꾼들이 ‘좋은 운’을 염원하며 새긴 것이라고.
“손바닥을 펴서 글자를 만지면 운이 좋아집니다”라는 양 대표의 말에 최다니엘도 기둥의 글자를 만져본다. 기사를 쓰기 이틀 전 연애 프로그램의 MC로 발탁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아인술페너’를 찾자. 우유크림, 우유, 인삼 막걸리가 들어갔는데 술맛은 하나도 나지 않는다. 이 위에 초콜릿 파우더로 사진을 프린팅해준다. 양 대표는 이날 최다니엘에게 그의 사진이 새겨진 센스있는 아인술페너를 선물했다. “내가 나를 마신다!”며 한입 마신 최다니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무리로 양조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면 여정의 마무리다. 귀여운 금풍 상무님도 아빠인 양태석 대표가 부르자 한달음에 달려와 함께 사진을 찍어준다.
◆석양비친 스테인드 글라스… 동검도 채플갤러리
강화도 남쪽, 다리로 연결된 ‘동검도’에는 아름다운 빛속에서 마음을 가다듬기 좋은 ‘채플 갤러리’가 있다. 강화 본섬을 마주한 언덕 위에 있어 파노라마 뷰로 강화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해가 질 무렵, 채플 갤러리를 찾아간다.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이자 천주교 사제인 조광호 신부가 지은 공간이다. 차를 대면 동화 속 삽화로 그려진 것처럼 하얗고 아담한 건물이 눈에 띈다. 이곳은 갤러리 메인공간 옆 기도공간이다.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진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쳐 아름답게 쏟아진다.
마침 이날 갤러리에는 조광호 신부가 나와 있었다. 또 다른 우연한 만남이다. 이 공간을 꾸린 이유를 물었다. 조광호 신부는 “마음이 편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각자 고충을 하나씩 갖고 있지 않나. 이럴 때 5분이라도 가만히 앉아 마음을 돌아보길 바란다”고 했다.
“5분을 가만히 앉아서 지내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웃었다. 최다니엘도 이날 기도실의 싱잉볼을 울려보며 여유를 즐겼다.
조광호 신부는 “갤러리 2층도 둘러보세요. 제 작품 말고도 하느님이 만든 아름다운 작품이 기다립니다. 시간에 따라 작품은 달라져요”라고 말한다. 2층으로 올라가니, 과연 입이 딱 벌어지는 아름다운 바다가 통창 프레임에 마치 그림처럼 걸려 있다.
강화도, 글‧사진=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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