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석 매진입니다.”
공연을 보고 싶어도 표를 구할 수가 없다. 조승우·김준수·박효신·옥주현, 일명 ‘뮤지컬 빅4’로 불리는 이들의 공연은 티켓 오픈이 되자마자 모든 회차 매진이다. 심지어 조승우가 출연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티켓은 중고거래 어플에서 웃돈을 얹어 판매되는 사례를 볼 수 있었다.
#2. 2023년 12월 6일부터 2024년 3월 3일까지 뮤지컬 ‘드라큘라’ 공연이 펼쳐진 샤롯데씨어터에서는 일본인과 중국인 등 아시아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었다. 일본 도쿄에서 김준수를 보기 위해 왔다는 30대 직장인 나카가와 아유미·마츠모토 마키 씨는 “한국 여행 일정에 뮤지컬 일정을 넣는다. K-팝 가수를 근접거리에서 볼 수 있어 좋다. 우리는 동방신기의 팬이었기 때문에 드라큘라를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3. 2023년 7월, 도쿄 휴릭홀. 한국 창작 뮤지컬 ‘더 데빌’이 900석 규모의 극장에서 펼쳐졌다. 뮤지컬 데빌은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하여 엑스 화이트와 엑스 블랙이라는 인물로 나뉘어 선과 악, 빛과 그림자 등 인간의 양면성이 돋보이는 스토리의 작품이다. 극 중 이충주와 한지상은 한일 더블캐스트로 엑스 블랙에 캐스팅돼 각각의 매력을 극대화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일본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두 배우 모두 두 달간 이어진 실제 공연에서 일본어로 완벽히 소화해 현지 팬들의 감탄과 칭찬이 쏟아졌다.
K-뮤지컬의 현주소이자 국내외 판도를 엿볼 수 있는 세 가지 풍경이다. K-팝, K-드라마 뿐만 아니라 K-뮤지컬 역시 우리의 소중한 콘텐츠 자산으로 성장했다.
뮤지컬은 이제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는 공연으로 발돋움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엔 직접적으로 티켓 판매와 연결되는 스타가 있다. 지난해 배우 박보검이 ‘렛미플라이’로 뮤지컬에 데뷔한 것은 공연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 이 외에도 조정석·유연석은 올 봄 뮤지컬 ‘헤드윅’ 무대에 선다.
1970~1980년대 소극장 중심으로 공연이 펼쳐지기 시작한 한국 뮤지컬이다. 2000년대 들어 CJ E&M, 설앤컴퍼니, 오디뮤지컬컴퍼니, 쇼노트 등 뮤지컬 전문 제작사들이 등장하며 양적·질적 성장을 급속도로 이뤘다.
자화자찬이 아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드라큘라’, ‘몬테크리스토’, ‘엑스칼리버’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작곡가’라는 수식어를 지닌 프랭크 와일드혼은 한국 배우들을 극찬했다. 특히 그는 뮤지컬 빅4와 모두 호흡을 맞춘 미국의 거장이다.
먼저 박효신을 언급한 그는 “박효신은 아름다움, 힘, 열정, 가사를 해석하는 능력과 독특함을 모두 지녔다. 박효신처럼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찾을 수가 없다”며 “언젠가는 그를 위한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면서 극찬했다.
조승우와 김준수에 대해서는 “관객들과 소통을 잘하는 배우”, “진정성을 갖고 연기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것을 진실로 믿고 받아들인다”라고 설명했다.
옥주현에 대해서는 “옥주현처럼 할 수 있는 배우는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다. 우아하고 힘차게 영혼을 다 담아서 가사 하나 하나를 해석해서 노래한다”라고 월드클래스라며 치켜세웠다.
좋은 배우와 작품이 있다. K-뮤지컬 외연 확장을 시도할 만한 시대다. ‘더 데빌’의 사례처럼 현지화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브로드웨이 진출을 시도하는 제작사가 늘고 있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한국 배우들도 브로드웨이에서 훌륭하게 활동할 수 있다. 문제는 영어로 노래하고 연기하는 거다. 기자간담회도 다 영어로 해야 한다. 미국, 런던도 그렇고 공연계에서 일하는 배우들이 많아서 경쟁이 심할 거다. 하지만 재능으로 보면 브로드웨이에서 훌륭하게 할 분들이 넘쳐난다”며 “특히 김준수는 우리와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 같다. 매번 그를 볼 때마다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한다. 뉴욕에 데려가고 싶은 배우”라며 브로드웨이 진출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오디컴퍼니,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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