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TT 부동의 1위 넷플릭스가 일일 예능 편성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피지컬:100’과 ‘흑백요리사’ 등으로 전 세계를 겨냥하는 것에 이어 기존 TV 예능의 틈새까지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영화·드라마 시장을 뒤흔든 넷플릭스가 요일별 정규 예능까지 스케일을 키우면서 기존 방송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오는 22일부터 토·일·월·수·목요일마다 예능을 한 편씩 편성해 공개한다. 오후 5시에 30분 이내 분량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매주 공개하는 방식이다. 최강록·문상훈의 요리 토크쇼 ‘주관식당’(토), 김숙·홍진경·조세호·주우재·장우영의 캐릭터 버라이어티쇼 ‘도라이버: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일), 데프콘의 동호회 체험 프로젝트 ‘동미새: 동아리에 미친 새내기’(월), 추성훈이 자신의 스타일대로 게스트를 탐구하는 토크쇼 ‘추라이 추라이’(수), 성시경과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유타카의 ‘미친맛집’(목) 등이다.
시즌제의 대명사였던 넷플릭스는 기존에 제작 예능 또한 회차를 정해두고 한 시즌씩 선보이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한 요일별 예능은 정해진 회차도 없다. 성과만 있다면 기존 방송사의 정규 예능 프로그램처럼 방영을 쭉 이어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평일과 주말 저녁 시간을 아우르는 편성 공략으로 지상파·종합편성채널 시청층까지 가져오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시청자들은 TV 편성이나 방송사의 유튜브 편집본 업로드를 기다릴 필요 없이 넷플릭스를 통해 매일 새로운 예능을 볼 수 있게 됐다.
한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영화·드라마를 시청하는 OTT 시대를 연 넷플릭스는 콘텐츠업계 선두주자다. 드라마와 예능을 한 번에 공개하는 넷플릭스 시스템 덕에 ‘콘텐츠 몰아보기’ 시청 패턴이 자리 잡은 상황이다. 그랬던 넷플릭스가 특정 시간에 고정된 방송을 시청하게 만드는 방송사 ‘편성’ 개념을 가져온 셈이다.
넷플릭스에서 예능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유기환 디렉터는 지난 4일 열린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코리아’에서 “1년 내내 매일 재미있는 예능들을 많이 선보이고 싶다는 의도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그동안 예능 같은 경우 시즌제로 많이 해왔는데 (한 시즌이 끝나면) 1년을 기다렸다가 2~3주 정도 제공하고 끝나버린다”며 “한국은 TV에서부터 매주 챙겨보는 예능에 익숙하기 때문에 구독자 취향을 더 저격하는 한편 매일 새로운 즐거움을 드린다는 마음에 시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파격 전략에 전통적 방송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넷플릭스는 압도적인 제작비를 앞세워 드라마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존 방송사들은 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 등의 블록을 하나둘 폐지했다.
넷플릭스가 요일별 예능 도입으로 예능 영역마저 본격적으로 보폭을 넓힌다면 기존 예능 시장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튜브 웹예능에 화제성을 상당 부분 빼앗기고 있는 만큼 기존 시청자층은 물론이고 스타 예능인 섭외를 두고도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새로운 전략이 통한다면 티빙이나 쿠팡플레이 등 다른 OTT 또한 후발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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