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의 눈과 발끝이 부쩍 바빠졌다. 내야수 김도영(KIA)이 한동안 아껴뒀던 빠른 발까지 꺼내 들며 가을 무대서 ‘호타준족’의 진가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프로야구 KIA는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서 삼성과 2026 신한 SOL KBO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2차전을 치른다. 정규리그서 45홈런을 쏘아 올린 김도영에게 단연 시선이 쏠린다. LG와의 준PO에서도 맹타를 몰아쳤다. 나아가 PO 시리즈에선 장타 외의 무기들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규리그 때만 해도 득점 기회에 특히 신경을 곤두세웠다면, 가을에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공 하나하나를 끝까지 살핀다. 김도영은 “지금은 매 타석마다 집중한다”고 했다. 상대의 유인구에 성급히 반응하지 않으니 투수로선 아웃카운트 하나를 얻기도 쉽지 않다.
출루한 뒤에는 빠른 발로 상대 배터리를 압박한다. 뒤에는 4번 해럴드 카스트로와 5번 나성범이 버티고 있다. 김도영이 직접 2루까지 나아가면 후속 타자의 안타 하나로도 홈을 밟을 수 있다. 장타를 고집하지 않아도 득점 기회를 키울 방법이 있는 셈이다. 이범호 KIA 감독이 “(김)도영이가 앞에서 나가 도루까지 해주면 점수를 내는 데 유리하다”고 반기는 이유다.
달리는 능력은 일찌감치 입증했다. 김도영은 2024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를 당시 40도루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는 햄스트링 부상 재발을 우려해 도루를 자제했다. 코칭스태프가 달리는 걸 말릴 정도였다. 그렇게 눌러뒀던 질주 본능을 가을에 다시 꺼냈다. 김도영은 “큰 것보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다. 1루에 나가면 기회가 될 때 계속 뛰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대구서 열린 PO 1차전이 대표적이다. 삼성 에이스 크리스 페덱을 상대로 1회 첫 타석부터 볼넷을 얻어낸 뒤 곧바로 2루를 훔쳤다. 이어 선취 득점까지 올려 KIA의 5-1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5회에는 페덱과 13구까지 가는 승부를 벌여 PO 한 타자 상대 최다 투구 수 타이기록을 세웠다. 세 타석서 페덱의 전체 94구 중 24구(약 25.5%)를 끌어낸 것.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는 순간에도 상대의 힘을 빼놓은 셈이다.
물론 이를 바라보던 사령탑의 마음은 마냥 편치 않았다. 이 감독은 “시작하자마자 2루까지 뛰더라. 그럴 때 부상이 나올 수 있다”며 걱정했다. 점수 차가 벌어진 뒤에는 무리하지 말라는 당부도 건넸다. 8회 김도영이 중견수 왼쪽 담장을 때린 타구를 홈런으로 착각해 처음부터 전력질주하지 않았을 때도 감독의 생각은 같았다.
김도영은 3루까지 무리하지 않은 건 앞선 당부를 의식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도 느슨한 주루를 탓하기보다 “3루타를 노리다가 다치는 것보다는 낫다”며 거듭 몸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뛰는 홈런왕’이 타석에선 끈질기게 승부하고, 누상에선 거침없이 달린다. 김도영은 이번 시리즈를 두고 “이기려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작은 기회 하나도 흘려보내지 않고 승리로 연결하겠다는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대구=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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