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프로듀서가 제작한 신인 걸그룹 에이투오 라이트(A2O LITE)가 데뷔와 동시에 가요계를 뒤흔들었다. 멤버 전원이 미성년자인 평균 연령 14.9세의 걸그룹이 음원 차트 정상을 넘어 음악방송 4관왕까지 달성하면서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 13일 만에 음악방송 4관왕…국내외 차트도 점령
에이투오 라이트는 지난 25일 ‘인기가요’(SBS)에서 데뷔곡 ‘니온’(NEON)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일 ‘더쇼’(SBS Life)를 시작으로 ‘쇼챔피언’(MBC M), ‘엠카운트다운’(Mnet)에 이어 네 번째 음악방송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 13일 정식 데뷔한 지 불과 13일 만에 거둔 성과다. 실물 음반 없이 디지털 싱글만으로 음악방송 4관왕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음원 성적 역시 눈부시다. 니온은 발매 29시간 만에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톱100 정상에 올랐다. 이후 15일부터 25일까지 11일 연속 1위를 지켰으며, 써클차트 42주차 글로벌 K-팝 차트와 디지털 차트에서도 동시에 정상을 차지했다. 이밖에도 스포티파이 한국 일간 차트와 샤잠 한국 차트 1위, 애플뮤직 글로벌 톱100에 최고 4위, 중국 QQ뮤직의 신곡·인기곡·뮤직비디오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외 주요 음악 플랫폼에서 고른 성과를 거뒀다.
무대를 비롯한 화제성도 남다르다. 데뷔일부터 7일간의 A2O 관련 검색량은 네이버 데이터랩 기준 ‘주식’의 5배, ‘날씨’의 17%를 기록하며 데뷔 초반부터 남다른 화제성을 입증하고 있다. 에이투오 라이트의 음원·음반 유통을 담당하는 스톤뮤직 관계자는 “특정 지표의 일시적인 반등보다는 실질적인 관심과 청취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견고한 흥행 지표를 바탕으로 앞으로 본격화될 국내외 활동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만표 K-팝 통했다…흥행 비결은
에이투오 라이트는 이수만 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난 뒤 설립한 A2O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인 9인조 걸그룹이다. 한국인 3명·중국인 3명·일본인 2명·태국인 1명으로 구성됐다. 멤버들 모두 2008~2013년생으로 국내 아이돌 최연소 기록을 경신했다.
흥행 비결로는 이수만 특유의 정통 K-팝 제작 방식이 꼽힌다. 3분 28초의 러닝타임에 칼군무와 댄스 브레이크, 아카펠라 등 다양한 요소를 담았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탄탄한 보컬을 동시에 강조하는 구성은 과거 SM 전성기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다. Z세대와 알파세대의 감각을 융합한 잘파 팝(Zalpha Pop)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내세운 것도 통했다.
여기에 이수만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프로듀서 유영진이 데뷔곡의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했다. 과거 SM의 음악적 색채를 구축했던 두 사람이 다시 호흡을 맞추면서 정통 K-팝 특유의 강렬한 사운드와 퍼포먼스를 구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0년 만 13세의 나이로 데뷔해 아시아 시장을 개척한 보아의 사례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당시 보아를 발굴하고 육성했던 이수만이 20여년이 흐른 뒤 또다시 어린 멤버들을 앞세워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보아의 가창력과 소녀시대의 군무, 에프엑스의 실험적인 음악적 색채를 결합한 듯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팀 내 최연소인 13살 아이찡은 보아를 연상시키는 외모와 퍼포먼스로 주목받으며 리틀 보아 수식어를 얻었다.
대중적 화제성도 흥행에 힘을 보탰다. 후렴구 ‘니온 앤 비욘드’(Neon and Beyond)가 ‘미혼 앤 비혼’, ‘위염 앤 비염’처럼 들린다는 반응이 퍼져 온라인에서 밈처럼 확산되고 있다.
도입부 아이찡과 시리의 페어 안무 또한 화제를 모으며 패러디와 인공지능(AI) 합성 영상도 잇따라 등장했다. 이수만과 유영진 등을 합성한 영상 등이 주목 받으면서 숏폼과 SNS를 달궜다. 다양한 패러디와 2차 창작으로 이어지며 곡의 인기를 뒷받침했고, 신인 그룹의 인지도 또한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다.
20여년 만에 같은 제작자가 같은 공식으로 또 한 번 성공을 거둔 셈이다. A2O 라이트만의 일도 아니다. 하이브의 코르티스 막내 건호는 2009년생, 스타쉽의 키키 막내 키야는 2010년생이다. 데뷔 연령이 낮아지는 흐름은 이미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그 정점에 선 A2O 라이트가 단기간에 최정상에 오르면서 이 흐름에 확실한 성공 사례가 생겼다.
문제는 20여년 사이 시장의 공식만큼 보호 장치도 진화했느냐다. 데뷔 직후 신인 그룹은 음악방송 사전녹화와 생방송, 각종 콘텐츠 촬영으로 하루가 빠듯하게 돌아간다.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15세 미만 청소년의 용역 제공 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제한하고 야간 활동도 규제한다. 하지만 이 기준이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지켜지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멤버 9명 중 6명이 해외 국적인 만큼 학업을 어떻게 병행하는지도 물음표로 남는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어로 수업을 듣기도, 본국 학교에 다니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업계는 A2O 라이트의 성적표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데뷔 연령이 낮을수록 활동 기간이 길어지고 팬덤도 오래간다는 계산이 이번 흥행으로 더 힘을 얻을 수 있어서다. A2O 라이트는 이수만의 복귀와 정통 K-팝에 대한 향수를 넘어 팀만의 음악적 정체성과 팬덤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이 팀이 증명해야 할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어린 멤버들이 성장기를 온전히 지키면서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까지 보여줘야 이번 성공이 K-팝의 새로운 모델로 남을 수 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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