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는 끌어올리고, 흥분은 눌러둔다. 프로야구 KIA가 후배들의 거침없는 활기와 고참들의 냉정함을 앞세워 ‘업셋’을 준비한다. 신나게 뛰되 들뜨지는 않는 것, 정규리그 2위 삼성을 넘기 위한 호랑이들의 해법이다.
KIA는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과 2026 신한 SOL KBO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나선 뒤 LG와의 준PO를 3연승으로 끝냈다. 뜨거운 방망이와 단단한 마운드를 앞세워 거침없이 다음 관문으로 향했다. 준PO 세 경기서 경기당 평균 8득점의 화력을 뽐냈고, 평균 1.67실점의 짠물투로 뒷문을 잠갔다.
‘대투수’ 양현종이 후배들의 활약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그는 “선배이자 팬의 입장에서 봐도 우리 팀이 정말 잘한다. 결코 운으로 올라온 게 아니라는 걸 선수들이 증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단기전의 반짝 성과가 아니라, 여기까지 올라올 힘을 스스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주축 타자 김도영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기다리는 팀보다) 올라오는 팀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다들 몸 상태가 괜찮고, 경기를 계속 치르면서 경기 감각도 잘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젊은 선수들이 특유의 신바람을 거리낌 없이 펼치도록 판을 깔아주는 건 고참들이다. 김태군을 비롯한 베테랑들은 후배들이 큰 무대라는 이유로 움츠러들지 않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데 신경을 썼다. 동시에 준PO를 거치며 쏟아진 칭찬에는 취하지 않으려 했다. 활기는 살리되, 들뜸은 경계한 셈이다.
김태군은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나왔을 때는 작아지거나 고개를 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지켜야 할 규율은 분명히 하되, 그라운드에서까지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고참들이 후배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준다면, 젊은 선수들은 그 안에서 자신만의 호흡을 찾는다. 왼손 파이어볼러 이의리가 대표적이다. 야구장 안팎을 ‘스위치’처럼 나눈다. “야구장 안에서는 신나게, 밖에서는 차분하게” 원칙을 세웠다. 평소에는 힘을 빼고 있다가도 출격 준비가 떨어지면 곧바로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불필요한 긴장을 오래 끌고 가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만 스위치를 켜겠다는 뜻이다.
사실 시즌 전만 해도 KIA를 향한 시선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유격수 박찬호(두산)와 외야수 최형우(삼성)가 자유계약(FA)으로 빠지면서 전력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남은 선수들이 조금씩 빈자리를 채워 나가며 의구심을 하나둘 지웠고, 결국 가을 무대서도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스레 라커룸 사이로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번졌다. 눈앞의 승부에 겁 없이 부딪치자는 분위기다. 안방마님 김태군이 동료들에게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과감함이다. “야구장에 올라설 때는 그만큼 거침없이 해도 된다”고 운을 뗀 그는 “우리 모두 그냥 ‘미쳤다”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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