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금메달 땄어!.”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실패했던 축구 선수의 삶, 직장을 다니며 생업을 이어가면서도 놓을 수 없었던 꿈, 퇴사와 함께 테크볼이라는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겠다고 결단을 내렸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결승전 승리에 두 팔을 번쩍 들고 경기장을 뛰어다니다 관중석에서 마음 졸이며 응원하던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눈물을 참으며 금메달을 땄다고 소리친 주인공, 바로 테크볼 AG 초대 챔피언 이준석(27)이다.
이준석은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끝난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이라크)를 세트 스코어 2-0(12-11 12-5)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술(Technique)’과 ‘공(Ball)’이 합쳐진 테크볼은 2012년 헝가리에서 탄생했다. 양 끝이 살짝 아래로 휘어진 약 3m, 폭 1.5m의 곡선형 특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발로 축구공을 주고받는 스포츠다. 축구와 탁구, 족구 등의 요소가 결합됐다. 이번 AG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준석은 “AG를 준비하면서 꿈꿔왔던 순간인데 (금메달이) 내게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기뻐했다.
험난한 여정을 이겨냈다. 이준석은 원래 축구 꿈나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화를 신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K4리그 이천시민축구단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하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축구를 그만두고 족구 선수를 거친 그는 22살이던 2021년 우연히 테크볼에 입문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제 대회가 모두 취소됐다.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대기업 생산직 계약직으로 일했다. 그러다 지난 2월 테크볼이 AG 정식 종목에 채택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퇴사를 결정하고 대회 준비에 나섰다. 지난 4월에는 사비를 들여 테크볼의 본고장인 헝가리에 유학까지 다녀왔다. SNS로 현지 선수에게 연락했고 현지에서 일대일 훈련을 받았다.
테크볼의 불모지에서 이뤄낸 성과다. 대한테크볼협회는 아직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가 아니다.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입촌하지 못했다. 식사와 훈련 지원도 받지 못했다. 눈 앞에 다가온 꿈 앞에 이러한 부분은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고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그동안의 설움, 울분을 토해냈다. 이준석은 1세트 초반 5-9까지 밀리며 흔들렸지만, 무섭게 추격하며 10-9로 승부를 뒤집었다. 기세를 탄 이준석은 11-11에서 극적인 득점으로 1세트를 품었다. 여기까지였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2세트 상대를 압도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우승이 확정된 뒤 이준석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어머니 윤순정 씨였다. 윤씨는 이준석이 테크볼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200만원이 넘는 테이블을 마련해줬다. 그는 “고생 많이 하셨는데 제대로 된 효도를 못 했다”며 “경기 끝나고 관중석 위쪽을 봤는데 어머니께서 울고 계셨다. 금메달로 효도한 것 같아서 그게 가장 기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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