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상에서 일찌감치 인정받은 스타성이 ‘김부장’을 만나 시너지를 냈다. 데뷔작부터 될성부른 떡잎의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준 유망주 서수민의 이야기다.
서수민은 지난달 말 종영한 SBS 드라마 ‘김부장’에서 김부장(소지섭)의 딸 김민지 역을 맡아 열연했다. 작품은 SBS 금토드라마 역대 2위에 오르며 올해 가장 뜨거운 드라마로 기록됐다. 종영 이후 만난 서수민은 “처음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도 믿기지 않았고, 여전히 그렇다. 시청률 20%를 넘었다니 여전히 현실 감각이 없다”며 신인다운 종영소감을 전했다.
안경 쓴 아빠 소지섭, 윤경호, 최대훈의 파란에 더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딸 민지(서수민)의 역할도 주요했다. 그는 “선배님들 덕에 무조건 잘 될 거란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사랑받을 줄은 몰랐다”며 “어느 한 사람의 노력이라기보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든 스태프와 배우, 감독님이 다 같이 정말 열심히 해서 나온 결과 같다”라고 의젓한 답변을 내놨다.
◆데뷔작 ‘김부장’이 인생작으로
첫 드라마 도전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였다. 사춘기 딸의 현실적인 모습부터 예기치 못한 위기 속 공포와 불안,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버텨내는 절박함까지 민지의 다채로운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갔다. 극이 진행될수록 깊어지는 눈빛과 표현력으로 민지의 성장과 생존 서사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신예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지난해 하반기 촬영을 시작해 10대의 앳된 얼굴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는 “꾸며서 표현하기보다 인물의 감정을 날것 그대로 내뱉으려 했다”고 말했다. 아직은 미성숙한 고등학생 민지에 대해 겉보기엔 평범하고 밝은 소녀지만, 내면은 강하고 단단한 인물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아빠에 대한 사랑은 확고하게 가져갔다.
따돌림을 당해도 주눅 들지 않고, 정체 모를 어른들에게 납치당해도 발버둥 쳤다. 주체적인 민지 캐릭터에 대해서는 “대본을 보니 혜리한테 괴롭힘을 당할 때도 눈빛이 살아있더라. 웹툰을 보면 엄마도 단단한 성격이셔서 강함을 물려받았을 거라 생각했다”며 “그러다 보니 납치를 당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무너져 내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딸을 홀로 키운 아빠와 사춘기에 접어든 딸. 낯 간지러워 진심을 전하지 못하는 부녀의 평범한 모습이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서수민이 공감한 ‘김부장’의 매력도 여기 있었다. 그는 “평소 가족끼리는 표현을 잘 못 하고, 그러다 보면 오해가 쌓이곤 한다”며 “‘김부장’은 아빠의 내면과 딸의 마음을 각각 솔직하게 보여줬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서 본 드라마’라는 시청 후기가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선배님이라는 호칭은 아부지를 거쳐 아빠가 됐다. “아빠가 아닌 사람에게 아빠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그게 되더라”고 들뜬 목소리로 답한 서수민은 “선배님이 정말 딸처럼 대해주셔서 자연스러운 애드리브도 나올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특히 아빠와 밥을 먹던 마지막 장면, 영정사진을 보는 장면은 수많은 현장 스태프들의 존재도 잊은 채 연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데뷔작부터 ‘이 맛에 연기하는구나’ 싶은 확신을 얻었다.
연이은 액션신에 “더 이상은 못 하겠다. 알아서 살아남아라”라고 장난을 치는 아빠 소지섭의 너스레에 분위기 메이커 윤경호의 활약까지 더해져 촬영장은 언제나 웃음꽃이 가득했다. 종영 후엔 차마 SNS에 공개하지 못한 MZ 셀카를 공유했다. 소지섭에게 돌아온 건 “고마운데, 요즘 친구들은 정말 다 이렇게 찍니?”하는 갸우뚱한 답변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학교에선 괴롭힘을 당하고, 주강찬(주상욱) 일당에게 납치돼 산전수전을 겪었다. 서수민은 “단순 학원물이 아니라 장르물이라 오히려 신선하고 재밌었다”고 했다. 더 열심히, 잘 해내고 싶은 현장이었다. 냉동창고에서 도망치는 신에선 일부러 넘어지는 연기를 가미했다. 냉동창고 신은 정말 영하의 공간에서 극한 환경으로 연기했다.
◆SNS 스타 서수민, 배우 도전의 이유
신인 등용문이라 불리는 광고도, 웹드라마 하나도 없었다. ‘김부장’ 이전엔 평범한 학생 서수민으로 배우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SNS에선 이미 ‘스타’였다. 중학생 때 시작한 인스타를 시작했고, 추억을 남기고자 개설한 개인 유튜브 채널의 짧은 영상이 300만 뷰를 기록했다. 이를 본 뷰티 유튜브 채널에 게스트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투명하면서도 밝은, 수요상 비주얼에 연예기획사들의 연락이 빗발쳤다.
활동명 ‘서수민’도 친구가 정해준 이름이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절친의 이름을 따서 만는 가명을 활동명으로 정했다. 인터뷰 사이사이 “야르”라는 신조어를 내뱉고 놀라서 눈치를 살피는 진정한 젠지의 모습이 웃음을 안겼다.
이미 팔로워들에게 인지도를 쌓은 그가 인플루언서의 길이 아닌 배우 데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수민은 “처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다. 작품을 보며 느낀 좋은 힘을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기의 힘, 작품의 영향력을 직접 느꼈다며 “작품을 보면 평소에 하지 않을 생각을 하게 되고, 시야가 넓어진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영화 ‘접속’을 보며 깨달은 바가 많다. 그는 “말을 더듬는 단역 배우가 지하철에 서서 ‘비웃음당할 용기를 내면 일주일이 행복해진다, 나에게 용기를 달라’고 말하는 신이 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저렇게 비웃음당할 용기를 내어 무언가 해본 적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돌이켰다. 인상 깊었던 이 장면은 서수민의 SNS 게시물로도 남아 있다.
연기에 대한 열망은 고등학교 2학년을 기점으로 부쩍 자라났다. 학창시절 컴퓨터 보안 관련 진로를 위해 대외 활동을 준비했던 만큼,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다. 그러나 몇 년간 하던 공부를 포기하고 선택할 만큼 연기에 대한 마음은 간절해졌다. 부모님 몰래 배우 회사와 미팅을 진행하며, 가장 마음이 맞은 현 소속사를 택했다. 그렇게 학업과 촬영을 병행하며 ‘김부장’을 마쳤다.
전문적인 연기 수업조차 받지 않고 시작했다. 서수민은 “고등학생이니 나올 수 있는 패기로 무작정 뛰어들었다”며 “연기할 때만큼은 꾸밈없이, 날것의 모습으로 신인의 맛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사회에 나왔다. 첫 작품부터 대박을 터트렸지만 여전히 낯선 현장이다. “배우 서수민의 활동과 인간 서수민의 평범한 일상을 잘 구분 지으며 건강하게 채워가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김부장의 액션을 지켜보며 주체적인 액션 스릴러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다. 이전에도 ‘존 윅’, ‘발레리나’ 등의 액션 장르물을 즐겨 봤다는 그는 “시켜만 주시면 뭐든 두려워하지 않고 할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중과 여고를 나와서 로맨틱 코미디는 자신이 없다”고 수줍어하면서도 이내 “로코를 하게 된다면 남녀공학의 학창 시절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귀여운 기대도 내비쳤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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