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음악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준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출품 거부는 K-팝을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과거에는 그래미에서 인정받는 것이 곧 세계적인 음악적 성취를 인정받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글로벌 음악 시장이 변화하면서 그 의미 역시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0일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출품 거부를 두고 “지나치게 그래미에 목맨다거나 인정을 해줘야 우리가 인정받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래미의 인정을 받아야만 성과를 입증받는다는 기존의 인식에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이어 “지금은 어디서 상을 받느냐보다 실질적으로 팬덤이 얼마나 저변이 넓고 열렬히 반응하고 있는지가 시대적으로 더 중요하다”며 “그런데 그래미가 그것들과 동떨어져 있다면 굳이 그 시상식을 따라가서 꼭 상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결정이 K-팝 전체에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며 2019년 봉준호 감독의 발언을 예로 들었다. 당시 봉 감독은 한국영화가 지난 20년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적이 없다는 질문에 대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국제 영화제가 아니다. 매우 지역적인(로컬) 영화제”라고 말했다. 이는 아카데미가 가진 보수성, 폐쇄성을 저격하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정 평론가는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과거에도 권위적인 시상식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던 시각이 있었다”며 “그런데 그래미는 말 그대로 로컬스러운 선택을 내리고 있는 것이고,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방탄소년단이 이번 선택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변화한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의 결단은 K-팝이 더는 서구 기득권 시상식에 목매지 않고, 오히려 그래미를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그래미의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 신설에 대해서는 더욱 비판적인 시각을 내놨다. 이미 K-팝이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들과 장르와 국적의 경계를 넘어 협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아시아 음악을 별도 범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 평론가는 “말 그대로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이미 방탄소년단은 콜드플레이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로제는 브루노 마스와 협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K-팝은 주류 시장에 들어가서 협업하는 단계인데 그 둘을 분리한다면 그건 ‘아시안 팝’인가, 그냥 팝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이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 데 대해 “이런 차원에서 훨씬 강력한 메시지를 줬다”고 평가했다.
결국 그래미가 스스로 흠집을 낸 권위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시대의 변화와 대중의 취향을 시상식이 얼마나 제대로 반영하는지에 달려 있다. 단순히 새로운 부문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변화하는 음악 시장과 대중의 요구를 담아내기 어렵다. 정 평론가는 “대부분의 시상식은 당대의 대중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 변화를 반영하지 않으면 그냥 박물관이 되는 것”이라며 “그럼 과거와 같은 박제된 형태의 시상식이 된다. 변화에 대한 노력을 제대로 합당하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상황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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