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최초’라는 두 글자는 언제나 특별하다. 숫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아무도 넘지 못했던 벽을 허물고, 가능성만 존재하던 영역을 현실로 바꾸는 첫 발걸음이다. 열두 살 소녀가 해냈다. 광주 서석초등학교 야구부 주장 최서윤(12)이 주인공이다. 한국 유소년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맹일혁 감독이 이끄는 12세 이하(U-12) 야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여자 선수로는 최초의 발자취다. 오는 9일부터 중국서 열리는 U-12 아시아유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격한다.
상징적인 장면이다.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빚은 성과다. 최서윤은 일찌감치 ‘5툴 플레이어’ 자질을 갖춘 유망주로 불렸다. 매서운 장타에 센스 넘치는 수비, 여기에 리더십까지 골고루 겸비했다는 평가다. 오소영 창원시 여자야구단 총괄운영팀장은 최서윤의 대표팀 승선을 두고 “엄청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사실상 여자 엘리트 팀이 없는 상황서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들과 경쟁해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새 희망을 연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자 야구는 멈춰있지 않았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당장 인식부터 달라졌다. 여자가 야구하는 게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72년 만에 부활한 미국여자프로야구리그(WPBL)서 김라경(뉴욕 하이츠), 박주아(샌프란시스코 파이어벨스), 김현아(보스턴 헌터스) 등 한국 선수들이 맹활약 중이다. 지난달 열린 여자야구 월드컵에선 홍콩, 멕시코를 꺾으며 포효했다. 여자 야구를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 <야구여왕>은 시즌2를 맞았다.
커지는 관심은 곧 성장 촉진제가 된다. 여자 야구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현재 창원시 여자 야구단엔 창미야(창원시 미녀 야구단·엘리트 선수)와 창원 플러스(생활체육) 합쳐 약 50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⅓ 이상이 10대다. 오 팀장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과 예능프로그램으로 여자 야구가 대중적으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된 듯하다. 입단 문의가 크게 늘었다. 신입 테스트에도 예년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점점 더 무대가 커지리란 기대감이 생겨났다. 미국 무대서 뛰는 이들을 바라보며 목표를 세우는 어린 선수들도 늘어나고 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원들이 많아질수록 경쟁을 통한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유소년 정혜진은 앞서 김현아에게 직접 포수 훈련을 받기도 했다. “언니들이 ‘나중에 국가대표서 같이 뛰자’고 말씀해주시더라. 꿈이 더 확고해졌다. 나 역시 후배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언니들의 어깨가 무겁다. 자신들의 이정표 하나하나가 쌓여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김라경은 “후배들은 당당하게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러려면 WPBL이 오래 존속해야 한다. 그 가능성을 이어가는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김현아는 “여자야구 혹은 포수에 대해 묻는 메시지가 많아졌다. 후배들도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지키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 박주아는 “그간 여자 야구는 열악한 환경 위주로 조명됐던 것 같다. 여자 선수들도 충분히 멋있다는 걸 앞으로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외쳤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