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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사령탑’ 이규섭의 감독의 새로운 시작 “평생 한 번뿐인 기회…좋은 감독·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겠다”

입력 : 2026-07-14 20:37:05 수정 : 2026-07-14 20: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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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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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시즌 간 남자프로농구(KBL) 구단 감독직이 공석이 되면 가장 먼저 후보로 언급된 이름이다. 소문만 무성할 때도 많았으나 가장 먼저 이름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준비된 지도자로 인정받았다는 의미. 그렇게 물망에 오르기를 몇 번, 드디어 지휘봉을 잡았다. 이규섭(49) DB 감독이 가슴에 초록색 배지를 차고 코트로 향한다.

 

 지난 5월 부임한 이 감독은 지난달 중순부터 선수단을 소집해 오프시즌 훈련을 진행했다. 선수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하며 소통했고, 이른 시점에 연습경기를 잡아 백업 자원들의 경기력까지 점검했다. 차근차근 자신만의 색깔을 팀에 입혀가는 모습이다. 현재는 미국프로농구(NBA) 서머리그 현장서 다음을 향해 외국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DB의 강점은 탄탄한 선수층이다. 최우수선수(MVP) 출신 이선 알바노와 지난 시즌 득점 2, 3위인 헨리 엘런슨, 레이션 해먼즈가 함께 뛴다. 강상재, 정효근 등 베테랑과 이유진, 김보배 등 유망주까지 두루 갖췄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들이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선수도 있다”며 “올 시즌엔 외국인 선수 동시 출전에 따른 변화에도 대비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영건들의 성장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시즌 공격 지표도 좋았지만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DB는 빠른 템포와 스페이싱을 활용해야 하는 팀이다. 다양한 라인업을 꾸릴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면서 “수비에선 속공 허용과 턴오버에 의한 실점, 공격 리바운드 허용을 줄여야 한다. 쉽게 실점하지 않는 수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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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년 동안 코트 밖에서 배운 노하우로 만든 책만 여러 권이다. 이 감독은 2013년 미국 G리그 연수를 시작으로 삼성과 KCC를 거쳤다.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하며 자신만의 지도 철학을 구축해왔다. 그는 “처음에는 지도자가 선수들을 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성에서 코치를 하면서 농구가 오락 게임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도자는 큰 틀을 제시할 뿐 결국 경기는 선수들이 만들어간다. 또 이상민 감독님을 보며 선수단 운영과 리더십을 배웠고, 지도자로서 가치관도 정립할 수 있었다. 덕분에 배운 게 많다”고 돌아봤다.

 

 지난 5월 이 감독이 DB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당시 농구계는 적잖이 놀랐다. 친형인 이흥섭 단장이 사무국을 이끌고 있기 때문. 이 감독도 제안을 받았을 때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이 단장은 평소에도 이 감독은 물론 용산고에서 농구하고 있는 이 감독의 두 아들에게도 “KBL엔 9개 팀만 있다고 생각해라”고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했다. 하지만 구단은 능력이 있는데 형제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봤다. 오로지 능력 중심 인사를 강조했고, 최종 선택은 이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단장은 단장의 일, 감독은 감독의 일만 잘하면 된다. 나는 감독으로 선임됐기 때문에 모든 역할을 차치하고 감독으로서의 일을 할 것”이라며 “모든 것을 떠나 내가 잘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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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한 에피소드도 쌓여간다. 둘은 평소 데면데면한 K-형제다. 농구 선수 출신이지만 5살 터울로 한 팀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 연습 경기만 몇 번 해본 게 다다. 그랬던 형제가 이번 기회로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사실 단장님이 양식을 좋아한다는 걸 DB에 와서 처음 알았다. 파스타를 좋아한다길래 놀랐다. ‘형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내가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명절 때 보면 보통 부모님에 맞춰 식사를 하다 보니 취향을 몰랐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까 커서 단둘이 식사한 적이 없더라”고 껄껄 웃었다.

 

 이어 “원래 형제들은 통화도 안 하고 명절 때만 본다. 근데 둘다 팀에 있다 보니 명절 때도 자주 못 보긴 했다. 따로 만날 일이 없다”며 “그러다 이번에 마북리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엄청 어색하더라. 혼자 존댓말을 써야 하나, 반말을 써야 하나 고민했다. 지금은 단장님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의식해서 존댓말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 친형이니까 조금 힘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과 특별한 연을 가진 사람은 또 있다. 바로 새 시즌 주장을 맡은 알바노다. 이 감독은 2022년 공부를 위해 잠시 미국으로 떠났다. 그때 만난 미국 코치가 선수를 추천해줬고, 그중 한 명이 필리핀계 알바노였다. 이 감독은 DB와 삼성에게 추천했다. 당시 DB를 이끌던 이상범 감독은 바로 “합격”을 외쳤다. 이후 계약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지며 알바노가 한국땅을 밟았고, 당시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 감독을 만나 “고맙다”고 인사했다.

 

 알바노 역시 이 감독의 부임 소식에 기뻐했다. 이 감독에게 SNS를 통해 “우승 축하하고, 함께 운동하게 돼 기쁘다” 등의 이야기를 전했다. 새 시즌 계약서 역시 다음 날 바로 사인해서 보냈다는 후문이다. 이 감독은 “나도 알바노에게 이번 시즌 열심히 하자, 좋은 시즌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또 언제든지 얘기해서 같이 팀을 만들어 가자는 말을 나눴다”며 “이 선수가 리그 MVP 출신이니 장점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대화를 많이 나눠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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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감독은 선수 개개인별로 각자만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전으로서 리그서 가치 있는 선수, 엔트리에 남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 엔트리 합류가 목표인 선수 등 현실을 정확히 읽고 세워야 한다. 그래야 본인이 할 수 있는 위치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며 “선수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마찬가지다. 나도 이 분야에서 잘해야만 직을 유지할 수 있다. 더 긴장하고 노력해서 결과를 만들어야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고 말했다.

 

 이어 “감독은 생애 딱 한 번만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혹 우승을 하거나 구단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재계약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보너스로 다른 팀에서 한 번 할 수도 있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며 “결국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나는 성적을 내는 과정에서 선수가 빛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팀을 떠나는 날엔 좋은 감독이자 좋은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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