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엔 조각을 이리저리 바꿔 끼워도 좀처럼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다르다. 새로 맞춘 퍼즐이 빈틈없이 들어맞는 듯하다. 프로야구 KT의 외국인 선수들이 2026시즌 선두 질주의 동력으로 우뚝 섰다.
KT는 9일까지 23승1무11패(승률 0.676)로 10개 구단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중심엔 올 시즌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트리오가 있다. 가장 뜨거운 이름은 단연 외야수 샘 힐리어드다. 35경기에서 리그 공동 2위인 홈런 9개를 때려냈다. 특히 최근 기세가 매섭다. 빅리그에서만 통산 7시즌을 뛴 베테랑답게, 리그 적응을 마친 듯 방망이가 달아올랐다.
힐리어드는 3~4월 28경기 동안 타율 0.232에 머물렀지만, 5월 7경기서 타율 0.400에 OPS(출루율+장타율) 1.484를 몰아치고 있다. 지난 9일 고척 키움전에선 4안타 2홈런을 때리는 등 KBO리그 입성 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사실 그의 반등은 우연이 아니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간 질 좋은 타구를 꾸준히 만들어냈다. 야구계에선 시속 95마일(약 153㎞) 이상 강한 타구를 ‘하드히트’로 분류한다. 타구 속도가 빠를수록 수비가 대응하기 어렵고 장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클 터. 공을 얼마나 정확하고 힘 있게 타격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통계사이트 팬그래프스에 따르면 힐리어드의 하드히트 비율은 38.7%로,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 가운데 가장 높다. 오스틴 딘(LG·34.4%), 르윈 디아즈(삼성·37.2%), 맷 데이비슨(NC·36.4%) 등 기존 리그 간판 외국인 타자들과 견줘도 앞선다.
마운드서도 새 얼굴들이 번뜩인다. 케일럽 보쉴리는 직구와 투심 패스트볼, 커터, 체인지업, 스위퍼, 커브 등을 두루 섞는 노련한 운영이 일품이다. KBO리그 데뷔 후 22이닝 연속 무자책으로 외국인 투수 데뷔 신기록을 세웠고, 최근 다소 주춤했지만 7경기서 4승2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 중이다. 맷 사우어는 구위가 강점이다. 평균 149.1㎞의 빠른 공을 앞세워 7차례 선발 등판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여름이면 155㎞ 이상 공을 펑펑 던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둘의 마운드 위 존재감은 팀 성적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6승을 합작, 롯데와 함께 외국인 선발진 다승 공동 1위다. 두 선수가 나선 14경기에서 KT는 9승(5패)을 거뒀고, 외국인 투수 등판 경기 승률도 0.643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심지어 변화구(스위퍼) 관련 조언 품앗이로 국내 투수진과의 소통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 흐름이 반가운 건 1년 전 기억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정규리그 6위에 머물며 2020년부터 이어오던 포스트시즌 연속 진출 행진이 끊겼다. 이 감독이 외국인 전력의 엇박자를 돌아보며 “정말 힘들었다”고 헛웃음을 지을 정도였다.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에 더 뼈아팠다. 2024년 키움 소속으로 13승을 거둔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KBO리그 7년 경력의 윌리엄 쿠에바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 멜 로하스 주니어까지 검증된 자원들로만 품었다.
뚜껑을 여니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헤이수스는 기복에 시달리며 9승에 그쳤고, 쿠에바스는 18경기에서 10패를 떠안은 끝에 시즌 도중 퇴출됐다. 로하스도 95경기에서 타율 0.239에 머문 뒤 짐을 쌌다. 투수 패트릭 머피와 외야수 앤드류 스티븐슨 등 대체 외인들 또한 강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결국 KT는 겨우내 외국인 구성을 통째로 바꿨다. 지금까지는 이 선택들이 주효한 모양새다. 이 감독은 순위표를 보며 “감독을 시작한 뒤 이렇게 초반부터 1위를 달린 적이 없다”며 웃는다.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통합우승을 바라보는 KT의 꿈도, 외인 셋이 끝까지 복덩이로 남아야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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