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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 판정 논란’, 예견된 사고… KGA 2년 동안 심판양성 예산 1억 줄였다 [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입력 : 2026-05-08 18:24:44 수정 : 2026-05-08 20: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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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모 대한골프협회 회장. 사진=KGA 제공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회장. 사진=KGA 제공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다. 너무 억울하다.”

 

 감정 섞인 항변이 아니다. ‘허인회 OB 판정 논란’, 단순 오심이나 행정 착오로 치부해선 안 된다. 허인회의 억울함, 이 한마디에 국내 프로골프 경기 운영 시스템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기위원 육성과 운영 시스템을 소홀히 한 대한골프협회(KGA)가 결국 만들어낸 예견된 사고다.

 

 혼란 그 자체였다. 지난 2일 남서울CC에서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3라운드 7번 홀. 허인회의 티샷은 우측 숲으로 향했다. OB 가능성을 염두에 둔 허인회는 잠정구를 플레이했다. 그런데 포어 캐디가 원구를 주워 코스 안쪽에 놓아두는 일이 발생했다. 원구가 실제 OB였는지조차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기위원의 판단이다. 현장에서 규정을 명확히 적용하고, 선수에게 즉각적인 결론을 전달해야 했다. 그러나 경기위원들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논의 끝에 잠정구 플레이를 이어가라고 지시했고, 허인회는 그대로 파를 기록했다.

 

 심각한 문제는 그다음이다. KGA는 이후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원구가 OB였다고 최종 판단했다. 하지만 정작 선수에게는 이를 즉시 알리지 않았다. 허인회는 자신의 스코어가 수정된 사실조차 모른 채 최종 라운드에 돌입했고, 공동 선두까지 올라섰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에야 전날 기록이 파가 아닌 더블보기였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경기 운영 체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배경에는 결국 ‘육성 부실’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KGA의 최근 결산 자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24년 KGA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교육사업 예산으로 5억1470만원을 책정했지만, 실제 집행은 3억8327만원에 그쳤다. 약 1억3000만원을 쓰지 않았다. 특히 골프아카데미 및 국제심판양성 사업비가 약 5100만원이 감소했다.

 

 2025년도 다르지 않았다. 4억9635만원의 교육 예산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3억6324만원. 또다시 1억3000만원 이상이 집행되지 않았다. 이유 역시 동일했다. 국제심판양성 사업비 4210만원이 사용되지 않았다.

 

 2년간 국제심판양성 사업비만 약 1억원 가까지 줄였다. 예산을 집행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국제심판 육성에 소홀히 했다고 결론지을 순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경기위원 시스템이 허술해졌고, 그 결과가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은 분명 돌이켜봐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다.

 

 조직 규모도 이해할 수 없다. KGA는 강형모(유성관광(주) 유성CC 대표이사) KGA 회장을 필두로 부회장만 6명이다. 이사진은 21명이다. 행정 및 회계 감사 2명을 포함하면 임원만 30명이다. 

 

비상식적으로 비대하다. 국내 종목 단체 중 가장 큰 규모인 대한축구협회(KFA)도 이사는 16명이다. 회장 포함 전체 임원진은 29명으로 구성돼 있다. KGA의 2025년 예산은 약 74억5000만원이다. KFA의 1년 예산은 약 2049억원이다. 연간 예산이 30배나 큰 단체도 임원진이 30명을 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허인회 판정 논란과 같은, 한국 골프계를 뒤흔들 정도의 논란이 터졌는데 과연 30명의 임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선수 한 명의 우승 경쟁이 뒤바뀌고, 해외에서도 이 소식을 전할 만큼 큰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사과문 몇 줄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예견된 사고였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건 사과가 아니라 책임이다. 2004년부터 이사, 상근부회장, 회장으로 20년이 넘게 KGA에 몸담은 강 회장이 전면에 나서 사태를 수습할 때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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