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짐은 끝이 아니었다. 문동현(우리금융그룹)에게 무너짐은 다시 일어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영화 베트맨 비긴즈의 명대사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우리는 왜 넘어지는가.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Why do we fall? So we can learn to pick ourselves up.)일 것이다. 실패의 역할을 규정한다. 넘어지는 행위 자체가 문제의 끝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기 위한 시작이라는 것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도 자신의 의지로 일어서는 법을 깨달은 선수가 있다. 바로 문동현이다. 문동현은 25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밸리·서원 코스(파71)에서 열린 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5번 홀 현재 버디 3개를 쓸어담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간합계 7언더파 137타로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2년 전 기억을 떠올린다. 2006년생인 문동현은 2024 우리금융챔피언십에 추천 선수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8세의 아마추어 선수로 폭발적인 드라이버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시원한 플레이가 강점인 유망주였다. 2022년 주니어 대회를 휩쓸기도 했다. 2023년에는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그런데도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놓으라 하는 대형 스타 선수들이 출전한 빅 이벤트 우리금융챔피언십에서는 추천선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1라운드 4언더파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이후 이븐파를 유지하며 공동 19위로 3라운드를 마쳤다. 투어 무대에 잔뼈가 굵은 선수들 사이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간 그는 4라운드에서 무려 버디 7개(보기1개)를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하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치열한 정상 도전, 우승까지 딱 1타가 부족했다. 10언더파 준우승. 당시 챔피언은 11언더파의 임성재(CJ)였다. ‘리틀 임성재’의 등장을 알린 순간이었다.
이후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과하며 2025년 KPGA 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넥스트 스타’라는 타이틀과 함께 본격적으로 투어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프로의 벽을 넘어서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14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번도 톱10에 진입하지 못했다. 8개 대회에서 컷 통과에 성공했고, 최고 성적은 공동 14위였다.
성적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샷과 퍼트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다.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 심리적으로 무너졌다. 샷 미스가 나오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왔고, 퍼트할 때 찍어 치는 등 흔들릴 때 나타나는 동작까지 나왔다. ‘골프는 모든 샷을 잘 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얼마나 줄이느냐의 싸움’이라는 의미를 이때는 몰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 이를 악물었다. 다양한 전지훈련 후보군 중 미국을 찍었다. 샷부터 멘털까지 모든 부분에서 신경을 썼다. 스윙은 간결하게, 멘털은 강렬하게 다듬었다. 문동현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연습장 타석에 섰을 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연습인데도 표정부터가 다르다”며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개막전부터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주 열린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인상적인 추격전을 펼쳤다. 2라운드까지 2언더파 공동 56위까지 떨어졌지만, 3라운드 이글 포함 버디 2개 등으로 공동 40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어 4라운드에서 다시 15계단의 순위를 끌어올리며 공동 25위로 대회를 마쳤다.
기세는 이번 대회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회 시작부터 줄곧 상위권에서 자신의 스코어를 지켜가고 있다. 313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바탕으로 77.78%의 그린 적중률을 기록하며 흔들림 없는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KPGA 투어는 ‘넥스트 스타’에 목말라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질문에 가장 가까운 이름, 문동현이다. ‘리틀 임성재’라는 별명이 더는 비교가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파주=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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