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를 거머쥘까.
수비 전문 식스맨 선수 출신이라는 수식어는 이미 지워진 지 오래다. 2012년 4월10일 우리은행 사령탑으로 선임된 이후 13시즌 동안 정규리그 10회, 챔프전 8회 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커리어를 썼다. 여자프로농구(WKBL) 지도자상을 10차례나 수상한 위성우 감독이 9번째 챔프전 왕좌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제는 열 손가락으로 세기도 모자랄 만큼 챔프전을 경험했지만,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다. 계속되는 악전고투, 이번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각오다. 16일 안방에서 열리는 BNK와의 챔프전 1차전서 기선 제압에 나선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리은행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전력 약화에 따른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박지현(마요르카)과 박혜진(BNK), 최이샘(신한은행), 나윤정(KB국민은행)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이 해외 진출과 이적 등으로 한 번에 이탈했다. 이에 하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마저 나왔다.

반전을 만들었다. 받아 든 정규리그 최종 성적표는 우승(21승9패). 사령탑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 WKBL 정규리그(327승) 및 포스트시즌(PS·36승) 최다승 기록 보유자답게 위 감독은 최고의 결과를 도출했다. 부동의 에이스 김단비를 필두로 이명관, 한엄지, 이민지 등을 십분 활용, 끝내 챔프전 진출까지 일궈냈다. 내친김에 통합 우승까지 내닫는다.
이번 챔프전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박정은 BNK 감독과 펼칠 지략 대결에 있다. 선수 시절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보내며 시대를 풍미한 박 감독과 달리 위 감독은 전문 식스맨으로 활동했다.
늘 스타 선수들에 치였다. 가드였던 그는 부산중앙고 시절에는 오성식, 추승균 등과 주전경쟁을 해야 했다. 실업팀 현대전자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상민, 이지승 등과 입단 동기였고, 이미 팀에는 김지홍, 이영주, 임근배 등 선배들의 높은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프로 생활 내내 조력자 역할에 충실했다.
하지만 지도자의 길은 달랐다. 2005년부터 무려 7년간 신한은행 코치로 묵묵히 코트를 지켜온 그는 우리은행을 만나면서 최고의 지도자로 우뚝 섰다. 더는 식스맨이 아닌 위풍당당한 리더로 현시대의 획을 계속해서 그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용병술이 번뜩인다. 우리은행 감독을 맡으면서 임영희 코치, 박혜진, 박지현 등 슈퍼스타를 키워냈다. 올해 역시 김단비 원맨팀이라는 우려에도 대쪽 같은 지도력으로 정규리그 우승까지 일궜다.
단기전에서는 더 빛난다. 챔프전에 앞서 치른 KB국민은행과의 플레이오프(PO)만 봐도 시즌 내내 저조한 출전 기회 및 성적에 그쳤던 베테랑 심성영을 중요한 순간에 기용해 히트를 쳤다. 위 감독은 “정규리그 때 많은 기회를 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이젠 아니다. 큰 경기에서 잘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선수 본인도 잘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부응해 줘서 너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화룡점정을 찍고자 한다. 명불허전을 증명한 ‘위대인 효과’가 최종장에서도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위 감독은 “이기는 것만큼이나 보람찬 순간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로서 승리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기회를 잡은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찾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희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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