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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談한 만남] 풋살에 헌신한 30년… 김대길 한국풋살연맹 회장 “창의력 필요한 축구에 풋살은 필수”

입력 : 2025-02-22 06:00:00 수정 : 2025-02-22 11: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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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길 한국풋살연맹 회장이 스포츠월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풋살 국가대표를 육성해 FIFA가 주관하는 대회에 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두홍 기자

 

“풋살을 즐기는 인구가 50만 명입니다. 전국에 구장이 1500개나 있고요. 하지만 아직도 부족합니다. 한국 축구가 아시아에서 호랑이처럼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데 풋살은 아직이에요. 저변 확대에 더 힘쓰겠습니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축구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찾은 일본에서 작은 축구장이 눈에 들어왔다. 풋살구장이었다. 풋살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한 초등학생이 자전거 뒤에 축구공을 싣고 오더니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았다. 정신없이 땀을 흘리던 아이들은 수돗가에서 세수를 한 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머릿속에 딱 스쳤다. “저거구나!” 한국에 돌아와 강원도 홍천에 풋살구장을 조성했다. 풋살 대회까지 만들었다. 불모지 한국에 풋살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TV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며 바람이 불더니 2030을 중심으로 ‘풋살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김대길 한국풋살연맹 회장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유소년부터 대표팀 구성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최근 4연임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고민이 큰 김 회장을 스포츠월드가 만났다.

 

김대길 회장이 FK리그 서울은평FS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풋살이 활 쏘는 스포츠라고?

 

김 회장이 풋살장을 처음 목격했을 때가 1996년이다. K리그 유공 코끼리(제주SK 전신)에서 주목받는 유망주였으나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이른 은퇴를 하고 대학 강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풋살장을 보는 순간 한국에 보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산악 지역이 많잖아요. 공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축구장을 건설하기는 어렵죠. 대신 그보다 작은 구장으로 할 수 있는 풋살이 한국 축구에 새 동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처음 시작할 때는 잘 될 수 있을지 긴가민가했어요.”

 

사실 김 회장조차 풋살이 생소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축구연맹(AFC) 홈페이지를 뒤져 공부해야 했다. 보급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풋살이 뭔지 다들 몰랐다. 풋살이라고 말하면 활을 쏘는 스포츠로 착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밤낮으로 뛰었다. FIFA 홈페이지에서 나온 풋살 규정과 규칙을 직접 번역해 교육했고 직접 풋살화까지 신고 시범까지 보였다.

 

그럼에도 쉬운 길은 아니었다. 대회 스폰서를 구하는 것도, 시도연맹 회장단이나 임원들을 설득하는 일도 어려웠다. 포기하지 않았다. 풋살장을 만들고 대회를 열었다. 훗날 풋살이 성장하는 데 기초를 닦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생활 체육 추진 전문 기관이었던 국민생활체육협의회에 풋살이 정식종목으로 등록되면서 탄력이 붙었다. 생활 체육을 중심으로 풋살인들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한축구협회도 움직였다. 풋살 저변 확대를 위해 풋살분과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는 2010년 한국풋살연맹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풋살분과위의 초대 위원장을 맡았고 풋살연맹 부회장을 거쳐 2012년 2대 회장직에 올랐다. 이후 연달아 수장을 맡고 있다. “이제는 풋살하면 모르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풋살리그인 FK리그도 2009년 출범했다. 리그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국가대표를 키우는 게 목표다. 현재 남자부 12개 팀이 1, 2부리그에서 경쟁한다. 올 시즌부터는 여자부 시범리그도 출범했다. 4개 팀이 참여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다른 국가들이 전문적으로 풋살을 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점점 세계 무대에서 뒤로 밀려나고 있죠. 아직 FIFA 주관 세계대회에 출전하지도 못하고 있어요. 아시아에서 4강권에는 들어야 출전이 가능한데 지금은 8강 안에 들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금의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남자 풋살 FIFA랭킹은 현재 72위다.

 

김 회장의 머릿속은 온통 풋살로 가득 차 있다. 특히 풋살을 소년체전과 전국체전 정식 종목에 포함시키기 위해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정식 종목에 포함되면 시도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 주잖아요. 대한체육회를 통해서 시도해 봤는데 풋살이 아직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종목이 아니라서 어려움이 있나 봐요. 이번에 젊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당선됐잖아요? 풋살이 확장될 수 있게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김대길 한국풋살연맹회장이 축구협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호날두·메시도 어릴 때 즐긴 풋살

 

한국과 다르게 유럽과 남미 등에서는 풋살이 더 잘 보급돼 있다. 어린 선수들도 축구보다 풋살을 먼저 접하는 게 일반적이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도 어렸을 때는 풋살을 접했다.

 

김 회장은 “어렸을 때는 선수들에게 과도한 체력을 요구 한다던가 승부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요. 대신 공 하나 던져주고 가지고 놀라고 하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많은 해외 프로팀들이 자체 풋살팀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한국과의 차이.

 

창의력 있는 축구를 하기 위해 풋살은 필수라고 역설했다. “창의력은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돼 있어야 하거든요. 풋살장은 축구장보다 좁다보니 볼 터치 횟수도 많잖아요. 기술을 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자연스럽게 몸에서 기술이 배어나오게 되거든요. 그러다보니 성인이 될수록 성장 속도도 더 빨라요. 한국처럼 선수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패스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출산율이 줄어들고 스포츠 생태계가 유망주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풋살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 지금 딱 적합한 종목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출산으로 유소년들이 11대11로 축구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하지만 5대5로 모여서 하는 건 가능하거든요.”

 

특히 남자축구보다 저변이 약한 여자축구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풋살이 여자축구의 저변 확대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풋살연맹 분과위원회에 여성위원회를 신설했어요. 한국여성스포츠회와 연계해서 여자 풋살 유소년들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에 아마추어 여성 풋살팀 70여개가 참가하는 대규모 풋살 대회도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김대길 한국풋살연맹회장. 사진=김두홍 기자

 

◆풋살 시스템의 기틀 마련에 최선

 

사실 풋살은 정확하게는 실내 스포츠다. 잔디가 아닌 코트에서 진행한다. 풋살공도 풋살화도 따로 있다. 하지만 야외 잔디구장에서 하는 것도 풋살이라고 통용된다. 많은 이들이 야외에서 풋살을 즐긴다.

 

김 회장은 “구분이 될 필요는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풋살을 확산시키기 위해 정식 규격이 필요한 국제대회가 아닌 이상 모두 풋살이라고 부른다”며 “실제로 야외 풋살경기장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방법이 어떻게 됐던 풋살인을 늘리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보람찬 순간들도 많았다. “엘리트 선수 중 축구를 했다가 풋살로 넘어오는 경우가 있어요.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라며 “풋살을 통해 많은 일자리도 생겼어요”라고 웃었다. 이어 “임기 동안 여러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는 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신 틀을 갖춰 놓고 기틀을 잘 마련해놓으면 후배들이 잘 채워내겠죠. 어깨가 무겁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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