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특산물은 임금님께 진상하는 각 지방의 자랑이었다. 여행 등으로 방문하는 곳에서 유명한 먹거리를 즐기는 전통도 오래 됐다. 식도락(食道樂) 여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오늘날 특산물을 향유하는 이는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펫펨족’의 증가에 특산물로 만든 펫푸드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동해바다 생선을 원물 그대로 ‘동해형씨’
프리미엄 펫푸드 업체 ‘동해형씨’의 반려동물 먹거리는 동해바다에서 잡아 올린 대구, 연어, 방어, 숭어, 황어, 양미리, 기름가자미, 도치 등으로 만들어진다. 문암항, 백도항, 오호항, 공현진항 등 강원 고성군의 주요 항구에서 직접 경매로 구한 신선한 생선이다. 이는 염분 제거, 살균, 반건조 및 저온보관, 레토르트멸균 같은 동해형씨만의 노하우를 거치며 껍질째 원물 그대로 즐길 수 있는 펫푸드로 탄생한다.
고성은 2019년 론칭한 브랜드의 터전이자 김은율 대표의 고향이다. 횟집을 운영하고 수산물 중매업에 종사하는 부모와 동네 어르신들이 함께하며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췄다. 반려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성장한 동해형씨는 이제 현대백화점에 입점하고 반얀트리, 콘레드 등 유명 호텔과도 협업하는 등 가장 유명한 특산물 기반 펫푸드가 됐다.

김 대표는 “생선의 불포화 지방은 반려견과 반려묘의 다이어트에 효과 있고 오메가3는 항산화∙면역력을 돕는다. 저알레르기 간식으로 유명하고, 양미리 등 뼈째 먹을 수 있는 제품과 제철 방어로 만든 제품은 반려동물의 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며 “홍콩,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미국, 태국, 대만 진출도 앞뒀다”고 밝혔다.
지역 특산품으로 만든 펫푸드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으며 동해형씨는 고성의 자랑이 됐다. 일자리 육성, 지역 활성화를 인정받아 고성군으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지역 최초의 반려동물 축제도 탄생시켰다. 지난해 6월 ‘반려문화아트페어축제’를 주도적으로 개최했고 올해 5월 제2회 행사를 준비 중이다.
◆횡성한우 생육으로 만든 펫 간식 ‘하누와’
한우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횡성한우로 만든 펫푸드도 있다. 횡성한우 전문 쇼핑몰 ‘하누와 횡성한우’에서 지난해 7월 출시한 ‘횡성한우로 만든 동결건조 비프트릿’이다. 강원 횡성군에 있는 하누와는 역사가 20년이 넘는 횡성한우 도축∙생산∙판매 전문 업체다.
비프트릿은 생후 3개월 이상 반려견과 반려묘를 위한 영양 간식으로, 1㎤ 큐브 형태라 간편하게 급여 가능하다. 우둔, 설도, 앞다리, 목심 등 지방이 거의 없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부위를 잘게 손질한 뒤 HACCP 검증 시설에서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는 동결건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하누와를 이끄는 이종근 횡성고향축산푸드 대표는 “신선육 외 횡성한우 활용 식품을 고민한 끝에 프리미엄 펫푸드라는 길을 발견했다. 기존 소고기 펫푸드는 가죽, 뼈 등 부산물을 쓰는 것이 대부분인데 우리는 횡성한우 100%”라며 “그만큼 생산 원가가 높고 동결건조 가공비도 많이 들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보호자들이 반려견과 반려묘에게도 좋은 고기를 먹이고 싶은 마음을 알기 때문에 초심 그대로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교적 고가임에도 만족도와 재구매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기존 제품처럼 맛과 향이 자극적이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반려동물이 낯설어 하지만 한 번 먹으면 계속해서 찾는다는 것이 공통적인 리뷰”라며 “차분히 프리미엄 펫푸드로서 인지도를 쌓아가겠다”고 말했다. 하누와는 사료에 뿌리거나 물에 타서 급여할 수 있는 가루 형태의 보조제 ‘횡성한우로 만든 동결건조 비프프로틴’을 이달 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해녀 채취 수산물에 한라산 약초도 ‘프롬한라’
반려동물 바이오기업 벨아벨팜의 펫 브랜드 프롬한라에서 만든 짜 먹는 강아지&고양이 공용 간식 ‘프롬한라스틱’은 제주바다에서 해녀가 채취한 딱새우, 광어, 전복 등 지역 수산물에 한라산 약초인 ‘조릿대’도 함유했다. 벨아벨팜은 본사와 연구소가 모두 제주에 있는 로컬 업체다.
문현아 벨아벨팜 대표는 “청정 특산물로 맛을 낸 펫푸드라서 보존제, 화학첨가물을 넣을 필요가 없다”며 “조릿대는 동의보감에서 ‘인삼보다 좋다’고 표현한 약초로 지방 분해, 암∙당뇨 예방, 피부질환 개선 등 효과가 있다. 반려동물이 살찔 염려 없이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 활동가이기도 한 문 대표는 사람처럼 동물도 좋은 음식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물을 위한 펫푸드가 다시 사람을 위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있는 해녀 양성학교를 다닌 문 대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녀지만 오늘날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에 생계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반려동물은 신선한 제주 수산물을 즐기고 해녀는 정당한 소득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국내 반려인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2023년 태국 수출까지 달성한 프롬한라는 더 많은 나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제주산 동물복지 유정란으로 만든 비육류 반려견 간식 ‘개랑과자’를 출시하기도 했다.
◆전남 홍어로 만든 기능성 펫푸드 ‘홍선가’
전남 지방의 대표 특산물 홍어로 만든 기능성 펫푸드도 눈에 띈다. 나주시 영산포의 홍어 전문업체 영산홍어 ‘홍선가’에서 만든 ‘조인트&헬스 플러스’ 3종(큐브∙저키∙살라미)이다. 영산홍어는 이마트, 농심 메가마트, NS홈쇼핑 등 전국의 유통 채널로 홍어를 납품하는 업체로, 홍어 부산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골 및 몸통살을 활용한 펫푸드를 개발하고 특허 출원했다.
홍어 부산물은 악취, 해충 번식 등으로 환경오염을 초래할 뿐 아니라 폐기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데, 영산홍어의 부설 연구소에서 이를 활용한 화장품, 생활용품에 이어 펫푸드도 탄생시켰다.

강건희 홍선가 대표는 “조인트&헬스 플러스 3종은 콘드로이친, 콜라겐 펩타이드가 풍부해 관절∙연골 건강을 돕고 근손실 예방∙항비만 효과가 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오래도록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펫푸드”라고 소개했다. 도시의 딱딱한 바닥에서 지내 관절염 위험이 큰 반려견에게도, 필수 아미노산 타우린 섭취가 필요한 반려묘에게도 좋은 먹거리다. 치즈향으로 기호성도 높였다.
지난해 반려동물산업 박람회(펫페어)에 다수 참가해 적극적으로 제품을 알렸다. 강 대표는 “홍어에 대한 선입견이 있음에도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제품 테스트에 임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다”며 “현재 해외 펫푸드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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