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경택 감독은 늘 진심이다. 작품 안에서도, 현장에서도 그렇다. 이번 작품 ‘소방관’에서도 그가 추구한 건 진정성이었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소방관은 누적 관객수 372만 5602명을 나타냈다. 개봉 6주차에도 식지 않는 열기다. 영화는 2001년 홍제동 화재로 소방관들이 순직한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영화의 취지를 살린 ‘119원 기부 챌린지’가 선한 영향력으로 입소문을 모으면서 손익분기점(250만명)을 가볍게 넘었다. 유료 관람한 관객 1인 티켓 금액당 119원을 대한민국 소방관 장비 및 처우 개선을 위해 현금 기부를 하는 챌린지다. 2025년 개원 예정인 국립소방병원을 위해 후원될 예정이며 현재까지 기부액 4억 4000만원을 돌파했다. 이 역시 관객의 진심이 모여 가능했던 일이다.
15일 곽경택 감독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특별한 공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참고 희생하며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늘 감동을 했다. 그래서 작품을 시작하기 전부터 ‘내가 찍으면 다른 감독보다 더 열심히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다”며 “대부분 작품에서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스쳐 지나가듯 나오지 않나. 그래서 ‘내가 해보자. 다른 어떤 요소도 첨가하지 않고 소방관들의 이야기만 한번 그려보자’고 마음먹었다. 다른 작품에서 표현 안 했던 걸 할 수 있을 거 같은, 연출적 욕심이 있었다”라고 작품의 시작점을 전했다.

강풍기를 틀어놓은 현장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을 사용하는 촬영에서 제일 위험한 요소는 바로 바람이다. 곽 감독은 “소방 관계자가 항상 현장에 계셨고, 스턴트 팀이나 배우들이 다치지 않도록 구급차도 늘 대기했다. 바람이 있는 날은 초긴장 상태였다”고 설명을 더한다. 현장에서의 긴장감은 배우와 스태프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철저한 대비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연출의 주안점은 역시나 현장의 리얼리티. “화재 현장만큼은 정말 두렵게 만들고 싶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화재가 저렇게 무섭구나’, ‘우리는 탈출하면 끝이지만, 소방관들은 저 불길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구나’라고 느끼길 바랐다”고 말한다.
동료의 희생을 견디는 소방관들 모습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감독의 전작인 ‘친구’(2001), ‘극비수사’(2015)가 보여주듯 곽 감독의 심리 표현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는 “용태(김민재)라는 인물의 희생으로 동료들이 어떤 식으로 각자 삶을 살아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로 취재를 하며 알게 된 이야기인데, 순직한 동료의 옷을 락커에 보관한다거나, 실제 동료의 가족을 마주했을 때 사망 사실을 알면서도 수술 중이라는 말만 할 수밖에 없었단 일들이 인상 깊었다. 이런 디테일이 관객들의 마음에 닿길 바랐다”며 진지하게 말을 잇는다.

장기 흥행 중인 소방관에도 악재는 있었다. 주연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진 것. 당시 영화는 후반 작업 중이었다. 영화는 무려 4년 만에 개봉 날짜를 잡을 수 있었다. 곽 감독은 제작발표회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곽도원을 공개적으로 꾸짖은 바 있다. 이 모습은 무조건적인 ’내 배우 감싸기’와 180도 다른 모습.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관객의 마음을 돌린 모습이기도 하다.
곽 감독은 “음주운전을 국민이 무섭게 지적하는 것은, 사고가 날 때 혼자만 잘못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나라별로 문화가 다르겠지만, 배우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은 마치 음주운전이 남에게 피해를 주듯 주변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사실 (저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마음이 좋지 않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배우 역시 지금은 굉장히 속상할 수 있겠으나, 분명히 꾸지람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게 나중에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저도 앞으로 배우를 캐스팅을 하거나 촬영 현장을 관리할 때 더 조심하려 한다”고 털어놨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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