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의 2024년을 보낸 프로야구가 규정 개선을 꾀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일 2024년 제6차 실행위원회를 개최해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스트라이크존 설정, 체크 스윙의 비디오판독 대상 플레이 추가 등 내년 시즌 리그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규칙 개정은 KBO 규칙위원회에서 논의한 뒤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먼저 ABS 스트라이크존을 하향 조정한다. KBO의 올 시즌 ABS 스트라이크존은 타자의 신장에 비례해 상단 56.35%, 하단 27.64%를 적용했다. 이에 KBO는 선수단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청취했고, 상단 스트라이크존 조정이 필요하다는 다수의 의견에 대해 검토를 진행했다.
실행위는 2025시즌부터 적용할 존 설정에 대해 논의했고, 상단, 하단 모두 0.6% 포인트(신장 180㎝의 선수의 경우 약 1㎝) 하향 조정해 상단 55.75%, 하단 27.04%를 적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올 시즌 경기지표, ABS 판정 존 비교 분석, 스트라이크 존 조정에 따른 예상 변화 등을 토대로 삼았다. 존의 크기는 변화없이 전체가 아래로 이동하는 형태가 된다. 존의 상·하단 외 스트라이크 존의 중간면 및 끝면, 좌우 폭 등은 현행 유지된다.
이는 지속적으로 시즌 중 진행해온 전문가 TF 회의, 선수, 감독, 현장 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기존의 스트라이크존 보다 ABS존이 높게 형성되는 부분을 조정 반영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현재 리그의 타고투저 성향과 급격한 조정으로 추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고려해 결정했다.
상단과 하단의 판정 변화는 올 시즌 전체 투구 판정 중 약 1.2% 비율이다. 또한 내년 시즌 적용되는 하단 27.04% 비율은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시범 운영 중인 ABS 존 하단 비율과 동일하다. KBO는 지속적으로 현장과 소통하고 개선방안을 연구하여 야구팬과 선수단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정하고 안정적인 ABS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2025시즌부터 정식 도입되는 피치클락의 세부규정도 확정했다. 피치클락은 제재의 목적이 아닌 팬들에게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이기 위함이다. 불필요한 시간을 단축한다. 무엇보다, 향후 국제대회에서 피치클락 확대 적용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적응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KBO는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 및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범위 내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투수판 이탈 제한을 도입하지 않는다. 경기 중 다양한 전략 활용을 유도하고, 자연스러운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2회 제한이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3회 제한이 있는 대만프로야구(CPBL)와 달리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타석 간 간격은 33초, 투수의 투구 간격은 주자 없을 시 20초, 주자 있을 시에는 25초로 확정했다. 타석당 타자의 타임 아웃 횟수는 2회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투구 간격-주자 있을 시’ 항목도 MLB(18초), CPBL(25초), 2024 KBO리그 시범운영(23초)과 비교해 완화된 25초로 설정했다.
이닝 교대 시간과 투수 교체 시간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일부 조정했다. 이닝 교대 시간은 현행 2분에서 2분 10초로 늘고, 이닝 중 투수 교체 시간은 2분 20초에서 2분 10초로 10초 당겨졌다. 그 밖의 항목도 현재 피치클락 제도를 도입해 운영중인 MLB, CPBL 등 해외 리그 사례를 참고한 뒤 TF 회의를 거쳐 취합된 현장 및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KBO리그에서의 가장 적합한 적용 시간을 설정했다.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한 체크 스윙 비디오판독도 시험대에 오른다. KBO는 “현장에서 도입 의견이 제기된 체크 스윙의 비디오판독 대상 플레이 추가와 관련해 2025시즌 퓨처스리그(2군) 일부 구장에서 시범 도입하기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체크 스윙의 판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타자가 투수의 투구한 공을 타격하려는 의도로 배트를 휘두르는 동작을 할 때, 그 여세로 인해 배트의 각도가 홈플레이트 앞면과 평행을 이루는 지점 보다 투수 방향으로 넘어갔을 때 심판은 스윙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타자석 옆면 기준으로 KBO는 90도, 애리조나 교육리그는 135도에 해당한다.
KBO는 관련 규정 마련을 위해 현장 의견 수렴 및 현장 테스트를 진행했다. 8월부터 일부 구장에서 체크 스윙 판독 카메라를 설치 시범 운영했고, 확보한 영상으로 활용 적절성을 검토한 바 있다. 또한 시즌 중 미국, 일본 등 해외 리그 사례도 면밀히 검토했다. 뿐만 아니라, 11월 미국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시범 운영중인 ‘체크스윙 챌린지’의 조사를 위해 심판위원과 담당 직원이 현지로 파견돼 조사 및 분석에 임했다.
조사 결과 미국에서도 판정의 정확도 및 완성도 측면에서 시간을 두고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도입에 매우 신중한 입장임을 확인했다. KBO 운영TF는 이를 토대로 내·외부 전문가와 선수 대표 의견을 수렴해 곧바로 KBO리그에서의 도입은 유보하되 퓨처스리그에서의 시범 도입으로 최종 확정했다.
다만, 각 구장별 카메라 설치의 환경적 차이로 인해 장비 설치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퓨처스 구장을 선정해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타자 주자의 1루 쓰리피트 라인 규칙도 손을 봤다. KBO는 기존 홈에서 1루 베이스 후반부 그라운드에 그어진 쓰리피트 레인 안쪽으로 뛰어야 했던 규칙을 1루 페어지역 안쪽의 흙 부분까지 달릴 수 있게 확대 적용키로 했다.
해당 규칙은 MLB에서 올 시즌부터 개정한 내용이다. 주자의 주로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오른손 타자가 겪던 불편함과 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 잔디를 밟고 뛰었다고 해서 반드시 주자 아웃은 아니다. KBO는 “내야 잔디 부분을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 규칙 위반 아웃 처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현재 구장별로 상이한 1루 파울라인 안쪽의 너비를 내년 시범 경기 전까지 모든 구장이 동일하게 맞춰지도록 조정하기로 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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