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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아이돌 쏟아내는 게임업계…영역 확장 어디까지?

입력 : 2024-01-10 18:47:32 수정 : 2024-01-11 10: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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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 게임즈 'K/DA' 선봬
월드 챔피언십 주제곡 인기
미 RIAA서 플래티넘 인증
별도 조직 출범…750곡 내놔

메타버스엔터 '메이브' 데뷔
실존 인물 같은 모습 '눈길'
버추얼 휴먼·VFX 기술 도입
비행기 기내 안전 영상 제작

단순히 게임 사업을 확장하는 하나의 수단에 국한될 줄 알았던 게임 업계의 가상 캐릭터 프로젝트가 어느새 우리의 일상과 여가의 한 축에 스며들고 있다. 이른바 호적(戶籍)이 있는 실물은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공존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치를 내재하면서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미국계 게임 기업 라이엇 게임즈가 선보였던 K/DA는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의 일환이었다. 당시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총괄은 “K-POP이야말로 한국의 문화를 상징하는 최고의 예시이고, 한국에서 개최하는 월드 챔피언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공통 분모라는 점에서 가상의 아티스트를 구상했다”고 소개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등장하는 인기 챔피언으로 구성된 가상 걸그룹 K/DA는 어느덧 게임과 대중문화의 만남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올라섰다. 왼쪽부터 객원멤버 세라핀, 이블린(위), 아칼리, 카이사, 아리.

그 동안 캐릭터와 가상이라는 두 화두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게임 업종의 본래 특성상 가상의 캐릭터는 일차원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주 회자됐다. 이 연장선에서 K/DA는 게임 콘텐츠와 결부해 하나의 창조물로 승격된 셈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스킨 중 하나인 ‘아리’를 중심으로 아칼리와 카이사, 이블린 등 4명의 가상 인물이 주축을 이룬다. 객원멤버로는 세라핀이 있다. 일반적인 가수나 그룹처럼 앨범을 발매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활동한다.

K/DA는 미니 앨범(ALL OUT)과 싱글 앨범(POP/STARS), 선공개 싱글(THE BADDEST, MORE)을 내놨다. 이 중에서 소연과 미연이 출연하는 2018년 월드 챔피언십 주제곡 POP/STARS의 뮤직비디오는 5억 뷰를 돌파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2년만에 복귀해 2020년 11월 발표한 EP 앨범의 타이틀 곡 MORE는 미국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위에 등극하면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덕분에 K/DA는 RIAA(미국 음반 산업 협회)로부터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K/DA의 음악은 누적 12억 회 이상 재생되면서 어느덧 게임과 대중문화의 만남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올라섰다.

여기에 라이엇 게임즈는 한국이 다시 유치한 월드 챔피언십 결승을 앞두고 2023년 10월 두 번째 가상 아티스트 ‘HEARTSTEEL’을 발표했다. HEARTSTEEL은 리그 오브 레전드에 나오는 여섯 챔피언(이즈리얼, 세트, 크산테, 케인, 요네, 아펠리오스)을 모티브로 했다. 유명 보이그룹 엑소(EXO)의 백현 등과 협업해 탄생했다. 백현의 목소리를 실은 데뷔 싱글 ‘PARANOIA’와 이를 다루는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내친김에 라이엇 게임즈 뮤직(Riot Games Music)을 출범시켰다. 자체 e스포츠 제전에 쓰일 주제곡과 K/DA, 헤비메탈 밴드 ‘펜타킬’, 힙합 그룹 ‘트루 데미지’, ‘DJ 소나’, ‘세라핀’ 등 가상의 뮤지션을 기획했다. 궁극적으로는 게임 IP(지식재산권)의 외연을 넓힌다는 목표다. 음악과 이벤트, IP 확장을 통해 전 세계 이용자들의 경험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아티스트와의 협력을 추진한다는 게 각론이다. 라이엇 게임즈 뮤직을 거쳐간 음악은 월드 챔피언십 주제곡 10곡을 합쳐 750여 곡에 달한다.

넷마블 계열인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2023년 1월 버추얼 아이돌 그룹 '메이브'를 데뷔시켰다. 시우와 제나, 타이라, 마티 등 4명으로 구성된 메이브는 감정의 자유를 찾아 지구에 불시착했다는 이색적인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역시 2023년 1월 버추얼 아이돌 그룹 ‘메이브’를 데뷔시켰다. 실존 인물과 헷갈릴 정도의 사실감을 띈다는 게 특징이다. 그룹명인 메이브는 ‘MAKE NEW WAVE’(메이크 뉴 웨이브)를 줄여, K-POP에 새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시우와 제나, 타이라, 마티 등 4명으로 구성된 메이브는 감정의 자유를 찾아 지구에 불시착했다는 이색적인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첫 번째 앨범 ‘PANDORA'S BOX’를 발매했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모회사인 넷마블의 버추얼 사업을 상징하는 버추얼 휴먼 영역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비행기 이륙에 맞춰 기내에서 송출되는 안전 영상을 대한항공과 함께 버추얼 휴먼· VFX 기술을 도입해 만들었다. 기내 안전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의 건축물 ‘대한항공 세이프티 라운지’를 VFX 기술로 구현하고, 메이브의 멤버인 리나는 대한항공의 명예 승무원이 돼 영상에서 기내 안전을 설명한다. 오프라인 렌더링와 실시간 렌더링을 모두 활용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승객들이 안전 수칙을 이해하고 따라하기 쉽도록 했다.

특히 이 영상이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전 세계 승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그린 크로마 실사 촬영과 FULL 3D 작업으로 다양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픽토그램과 모션그래픽, 3D 이펙트, 3D 조형물 같은 오브제를 통해 직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달 4일부터 대한항공 전 노선에 적용된 이 영상을 직접 살펴본 대한항공의 과장급 승무원(PS)은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의 첫 단계인 기내에서 우리가 설명하고 싶은 요소를 친근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김수길 기자 sugir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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