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표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 KBO리그가 22일 개막한다. 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이다.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 시대, 단순 계산으로 국민 넷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나라인 만큼 프로야구 선수 중에도 반려견·반려묘와 함께하는 이가 많다. 비시즌 동안 강아지와 고양이 집사로 살아온 이들이 다시 그라운드의 슈퍼스타로서 출격을 앞뒀다. 사랑하는 댕냥이에게 더 좋은 간식을 먹이려 홈런 치고 삼진 잡는 KBO리거들을 모아봤다.
◆ 플래시 세례 받는 MVP… 집에선 댕댕이 전속 사진사?
지난해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이자 소속팀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을 이끈 김도영의 또 다른 수식어는 ‘잔디오빠’다. 동성고 신입생이던 2019년 12월부터 믹스 진돗개 ‘김잔디’를 돌보고 있다. 입양 이튿날 곧바로 잔디의 SNS 계정도 만들어 운영 중인데 팔로어가 2만7000명이 넘는다.
김도영은 자신과 똑같은 등번호 5번에 김잔디를 새긴 강아지용 유니폼을 입히고 찍은 사진, 잔디와 함께 달리기 대결을 펼치는 영상 등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 중이다(최연소 30홈런-30도루 클럽 가입에 빛나는 김도영은 잔디에게 달리기를 졌다). 최근에는 MVP 트로피와 골든글러브 등 각종 트로피를 배경으로 찍은 잔디 사진을 업로드해 눈길을 끌었다. 기아팬 조은미 씨는 “김도영이 본인 계정보다 잔디 인스타를 더 열심히 해서 팔로우 중”이라며 웃었다.

지난해 준우승팀 삼성 라이온즈의 주장 구자욱도 반려견 ‘리치’와 ‘본즈’의 SNS 계정을 운영 중이다. 반려견의 얼굴을 본 딴 핸드메이드 케이크를 들고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최근 삼성 인터넷 팬카페에서 대구의 한 반려견 유치원에서 강아지와 함께 방문한 구자욱을 봤다는 목격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2022년 KBO리그 MVP이자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는 이정후도 반려견 ‘까오’와 ‘루아’의 SNS 계정이 있다. 팔로어는 1만명. 까오는 2023년 말 이정후의 SF 입단 직후 구단 SNS를 통해 소개되면서 국제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 7년째 온기… 유기동물 행복 리드하는 안방마님
SSG 랜더스 포수 이지영은 푸들 ‘코코’를 반려하면서 2019년부터 매년 비시즌마다 동료 선수들과 일일카페를 열어 선수 애장품 경매 등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 수익금에 더해 사료 등 물품을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하며 봉사활동도 한다.

팬서비스를 하는 동시에 불우한 동물도 챙기는 것. 지난 1월에도 이지영과 한두솔, 장재영이 가수 조빈과 함께 유기견 보호소 ‘아지네마을’을 방문해 자선카페 수익금 13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사료를 전달했다. 이처럼 뜻깊은 일에 동참하기 위해 지금까지 이정후, 김광현, 안우진, 구자욱, 조형우, 박종훈 등 반려인 선수들이 물품기부, 후원행사 및 봉사활동 참여로 온기를 모아왔다.
◆ 152km 강속구 비결은 반려묘?… “아플 때 큰 위로”
고양이 집사 선수도 있다. KT 위즈의 신예 투수 원상현은 10년째 고양이 ‘조아’를 모신다. 원상현은 “고교 시절 팔꿈치가 아파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 때 조아가 큰 위로가 됐다. 하루는 이불을 덮어쓰고 울고 있는데 조아가 다가와 눈물을 핥더니 몸을 기대더라”며 “지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조아를 보면 웃음이 난다. 반려동물이라기보다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인으로서 가능성을 보인 원상현은 최근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패스트볼 구속 152㎞를 찍었다. 올시즌 필승조 합류를 꿈꾼다.

기아의 차세대 거포 변우혁도 반려묘 ‘레오’와 함께한다. 지난해 우승 이후 우승 반지를 두고 레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우승팀 선수의 반려동물만이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이었다. LG 트윈스의 좌완 기대주 김윤식 역시 고양이 ‘코코’와 ‘모모’의 집사로, SNS 계정도 있다.
◆ 반려인 에이스&클로저, 개 마스코트, ‘도그데이’… 펫프렌들리 구단
KBO리그 최고 펫프렌들리 구단은 단연 SSG랜더스다. 전신 SK와이번스 시절부터 반려견을 야구장으로 초대하는 ‘도그데이’를 매년 개최 중이다. 구단 마스코트 랜디는 국내 프로스포츠단 중 유일하게 개(카네코르소)를 모델 삼았으며, 2군 훈련장인 퓨처스필드에는 ‘힐링코치’ 직책을 맡고 있는 풍산개 ‘강비’가 살고 있다.

반려인 선수도 유독 많다. 에이스 김광현은 ‘빅’과 ‘미니’를 반려 중이고, 마무리 투수 서진용은 7년째 ‘이월이’과 함께하고 있다. 이지영에 더해 김택형(콩이), 전의산(오일이), 조형우(두부)도 강아지를 반려한다. 지난 시즌까지 SSG에서 뛴 오원석(KT)도 반려견 ‘겨울이’ 아빠다. 구단은 도그데이 때 선수들 강아지도 경기장을 방문할 수 있게 하고 당일 스페셜 티켓에 강아지들의 모습을 담았다. SSG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회장도 반려인으로 유명하다.
◆ NC 펫 의류 모델의 비밀?… 울 강쥐는 유광잠바 입힌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절반이 반려동물 유니폼을 판매한다(20일 구단 온라인몰 기준). 삼성 라이온즈는 펫 유니폼은 없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매너벨트, 스카프, 타월을 팔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구단은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다.
NC는 슬리브리스 유니폼, 반팔티, 후드티, 모자, 하네스&리시 세트 등 반려동물 의류 및 용품을 각각 2종씩 구비했다.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는 디테일한 사이즈 설명과 더불어 강아지 모델의 착용 사진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강아지 모델은 NC 투수 이재학의 반려견 ‘모카’다. 2022년 NC 홈구장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당시 이재학은 “선수 프로필 사진은 찍어봤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LG는 반려견 유니폼 3종 외에도 검은 고양이 ‘네로’를 활용한 피규어, 쿠션, 팔찌, 폰케이스, 머리띠 등 굿즈를 판매 중이다. 네로는 2019년 4월 LG-기아전이 열린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에 난입한 검은 고양이가 모델이 된 캐릭터다. 그날 경기에서 LG가 승리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승리요정 고양이로 불렸고 그 뒤 구단 마스코트로 발돋움 했다. 또한 LG는 펫 의류업체 키니키니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광잠바(유광점퍼), 유니폼, 글러브 및 야구방망이 모형 장난감을 판매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선수들이 입는 어센틱 유니폼과 동일한 원단으로 만든 펫 유니폼 2종이 준비됐다.
◆ 새신랑 댕댕이 아빠, New 잠실아이돌 반려인… 감독님 코치님도?
KT 천성호는 지난해 12월 결혼한 새 신랑인데 6살 ‘아이’가 있다. 대학 시절 처음 만나 8년 연애 끝에 결혼한 아내가 키워온 폼피츠 ‘뭉치’다. 천성호는 “사실 연애 초창기엔 무서워서 만지지도 못했다. 그래도 뭉치가 먼저 다가와 줘서 조금씩 가까워졌고 지금은 아내가 ‘나보다 뭉치를 더 좋아하는 거 같다’고 장난스레 질투를 할 정도가 됐다”고 웃으며 “SNS에 뭉치 사진을 종종 올렸더니 야구장에서 뭉치를 알아보는 팬들도 생겼다”고 말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로 팀을 옮긴 김민석도 반려견 ‘밀키’의 SNS계정에 함께 찍은 사진을 자주 올린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구단 팬미팅에서 “밀키는 산책을 좋아하고, 짖지 않고, 같이 잘 때 기분이 좋다”며 반려견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밖에 한화 이글스의 문동주(복실이)와 엄상백(둥이), NC 오영수(춘배), 현재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인 김현준(말이&콩이)과 이재원(박하), LG 유영찬(바젤이), 삼성 류지혁(지코) 등이 강아지를 반려한다. 지코는 류‘지’혁과 웰시‘코’기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삼성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는 ‘코코’, ‘칼리’, ‘루카스’ 세 강아지의 아빠다.

현역 지도자 중에도 반려인이 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예전부터 대형견들을 반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덩치 큰 개들이 달려와 안기면 마음 안정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도 강아지를 키운다. 김시진 KBO 경기위원장의 반려견은 ‘기고’인데, 처음 만난 날 기고만장한 태도가 기가 막혀서 지은 이름이란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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