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들께 인사드리는 게 당연하죠.”
베테랑 내야수 허경민(KT)이 친정 상대 첫 대결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17일 수원 KT 위즈파크서 열린 2025 KBO리그 시범경기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3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1회 결승타 포함 1안타 1타점 활약으로 팀의 승리(9-6)를 이끌었다.
지난 스토브리그서 자유계약(FA) 이적 후 처음으로 대면한 경기였다. 이날 첫 타석, 3루 원정석에 위치한 두산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두산과 함께한 시간만 16년에 달한다. 1990년생인 그는 2009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입단, 2012년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곰 군단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최정상급 내야수로 우뚝 서면서 국가대표로도 성장한 바 있다.
각별한 마음을 담은 인사였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허경민은 “(경기 전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3루 더그아웃에서 두산 선수들이 나오는 걸 보고, 생각지 못한 마음이 들더라. 다만, 이젠 KT의 승리를 위해 뛰어야 하는 위치다. 최대한 그런 생각을 덜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첫 타석서 보여준 인사와 관련해선 곧바로 “당연한 일이었다”며 “(정규리그서) 다음에도 인사를 드릴 예정이고, 그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옛 동료를 향한 애틋한 마음도 전했다. 특히 후배를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바로 그의 빈자리를 메꿔 두산의 새 3루수를 맡게 된 강승호다.
허경민은 강승호를 향해 “나보다 훌륭한 선수”라면서 “나보다 더 잘할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항상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했다. 지금 위치서 훨씬 더 나은 성적으로 팬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범경기 페이스가 좋다. 올 시즌 6경기 출전, 타율 0.333(15타수 5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몸을 잘 만들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일찌감치 개막에 맞춰 팀의 클린업, 3번타자 역할로 낙점하기도 했다.
허경민은 “많이 경험해 본 타순은 아니다. 그래도 내가 해내야 하는 역할이다. 어느 타선에 가더라도 그에 맞는 임무가 있다. 그걸 해내기 위해 계속해서 더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주목한 3번의 주 임무는 ‘연결성’이다. 허경민은 “이어줄 때는 이어주고, 또 해결을 해야 할 때는 직접 해야 한다. 아직은 밸런스가 만족스럽진 않다.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준비하면서 개막을 맞이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수원=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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