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부터 탄핵 이슈까지 이어지는 윤석열 정권의 혼돈이 겨울 프로스포츠에도 영향을 끼친다.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돌입한 정계의 대치 국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혼란의 정계와 위기를 마주한 경제계는 물론 스포츠계도 말할 것 없이 영향권 안에 들어간다. 겨울을 책임지는 쌍두마차,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어지러운 현실을 직면했다. 크리스마스와 함께 연말연시의 시작점에 있는 12월, 그리고 이어지는 활기찬 새해는 사무국과 연맹, 각 구단이 이벤트와 마케팅에 사활을 거는 시즌이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외부의 혼돈이 강력한 변수로 떠올랐다.
흥행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올 시즌 V리그 개막부터 지난 3일까지의 평균 시청률에 비해 그 이후 일주일 남짓한 기간의 수치가 0.24% 포인트가 하락했다. 12월 평균관중 수(9일 경기 기준·2033명)도 개막을 알린 10월 대비(2158명) 5.79% 감소했다. 아직 12월 표본이 덜 쌓인 데다가 극적인 감소 폭도 아니긴 하지만, 연맹 입장에서는 ‘혹시’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KOVO 관계자는 “당장 다가올 큰 이벤트보다 매일의 경기가 걱정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TV 시청률이 떨어지는 추세다. 반토막 수준은 아니지만 하향세가 눈에 보인다”는 근심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한국농구연맹(KBL)도 마찬가지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KBL의 평균 시청률은 0.057%로 나타났다. 지난 시즌 평균 시청률 0.12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최근 감독 폭행 사건, 선수 학폭 논란 등이 발생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탄핵 정국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흥행에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자프로농구의 경우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관계자는 “시청률이나 관중 등 지난 일주일 데이터를 뽑아봤지만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분명 흥행에도 영향이 있다. 잘 해결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각 종목 모두 대목을 맞아 계획했던 이벤트는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KBL의 대표 이벤트는 ‘농구영신’이다. 12월31일의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10시경으로 늦춰 코트 위에서 팬들과 새해 카운트다운을 함께하는 특별한 행사다. 2016년부터 KBL의 대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처음으로 울산에서 열린다. KBL 관계자는 “농구영신은 KBL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다. 정규시즌 진행도 정상적으로 이뤄진 만큼, 행사 계획에도 변동 없다”며 “(1월 19일) 올스타전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여자프로농구도 마찬가지다. WKBL 관계자는 “연말에 준비된 한일 올스타 맞대결 등 올스타 페스티벌 이벤트는 예정대로 간다. 계엄, 탄핵 정국 여파로 변동사항은 없다. 준비된 대로 가는 게 최우선”이라며 “일본 W리그 측의 우려나 동요는 따로 전달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배구계도 마찬가지다. KOVO 관계자는 “내년 1월 4일에 춘천에서 올스타전이 예정됐다. 지금 상황으로는 행사 계획에 변동이 있거나, 영향을 받는 건 없다”고 전했다. 모두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은 없는 셈이지만, 앞선 지적대로 변수로 떠오른 흥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각 종목 구단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연말을 맞아 크리스마스 특별 유니폼을 제작하고, 맞춤 이벤트를 통해 관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현재 짜둔 계획에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물론 현 상황은 꾸준히 모니터링한다. 익명을 요구한 A구단 관계자는 “정국을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만에 하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리그 중단 조처가 내려지거나 흥행에 문제가 생긴다면 구단 운영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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