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손흥민(토트넘)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글로벌 메가 이벤트 월드컵 무대에 섰다. 그가 입은 한국 축구대표팀 유니폼에서 새겨진 브랜드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그리고 축구화에는 강력한 경쟁사 아디다스의 로고가 새겨져있다.
“경기력과 직결된 용품에 대한 선수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국가대표 유니폼에 선수의 후원사 로고를 노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0일 대한배드민턴협회 사무감사 및 보조사업 수행점검 결과 브리핑에서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손을 들어줬다. 선수가 라켓과 신발 등 경기에 필요한 장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현행 배드민턴협회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수가 사용하는 라켓, 신발 등은 후원사(요넥스)의 제품만 사용할 것을 강제했다. 안세영은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선수가 신고 싶은 신발을 신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안세영은 아식스 브랜드의 신발을 신었을 때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물집이 잔뜩 잡힌 사진이 공개되면서 공분이 일었다.
모든 용품을 후원사 제품으로 강제하는 규정은 선수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한다. 실제 이러한 규정은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 가운데 배드민턴과 복싱에만 적용되고 있다. 규모가 훨씬 큰 단체 종목에도 없는 규정이다.
앞서 언급한 축구의 경우 국가대표를 관리하는 대한축구협회는 나이키의 후원을 받고 있다. 다만 축구화의 경우 경기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각자 선택에 맞긴다. 선수들은 나이키, 아디다스, 미즈노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신는다. 후원사가 다르지만, 문제 될 것이 없다. 명확하게 개인과 단체의 후원이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도 이전까지 나이키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의 타사 용품 사용을 보장하기 더 어려웠을 터. 그럼에도 농구협회는 타사의 마크를 가리거나,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용품 사용을 허용해 선수 개인의 경기력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소통 문제라고 생각한다. 후원사로부터 용품을 지원받을 때, 한 선수가 후원사 용품이 불편해 타사 용품을 사용하고 싶어했던 적이 있다. 후원사와 협의를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적이 있다”며 “과도한 계약 조항이 아니라면, 충분히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협회나 연맹이 모든 선수의 기호를 맞춰줄 수 없는 것 역시 현실이다. 개인 종목 선수 출신 김 씨는 “과거 맞지 않는 유니폼을 입어 불편했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참고 뛰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후원사의 의미를 잘 알기에 참고 뛰는 것이다. 다만 부당함을 참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수 의견을 청취한 결과 “대부분 안세영 선수와 같은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김 씨 역시 안세영과 마찬가지로 개인 후원사와 국가대표 후원사가 달라 문제가 됐었던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후원사 문제로 장비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개인 후원사의 로고를 가리고 출전할 수 있도록 협회의 배려를 받았다. 덕분에 더 편한 장비를 사용해 경기를 뛰었다”고 전했다.
후원사와의 관계는 협회나 연맹이 풀어야 할 숙제지 선수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니다. 경기력에만 신경 써도 모자란 시간에 후원사와 관련한 계약 조항으로 선수들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
후원사 용품 문제는 협의, 시스템 구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폰서십은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과도한 계약으로 인해 선수의 목을 옥죄어선 안 된다. 협회와 연맹은 선수를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 선수가 더 나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의 작심발언을 계기로 시스템을 다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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