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지난해 29년 만의 통합우승으로 ‘V3’를 일군 LG는 올해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로 포스트시즌(PS)의 시작을 알렸다. 사상 첫 와일드카드(WC) 결정전 업셋을 일군 5위 KT와 최종전까지 가는 혈투를 이겨내고 삼성이 기다리는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 도착했다.
어느 때보다 짜릿했을 대구행 티켓. 그 달구벌을 향하는 버스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 주인공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LG가 기대하는 ‘거포 유망주’ 김범석이다. 2023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에 빛나는 그의 지명 순번이 그가 가진 잠재력의 증거다. 올해 1군에서는 70경기 타율 0.241(162타수 39안타) 6홈런 24타점 등을 남겼다.
그런 그에게 준PO는 아픔으로 얼룩졌다. 염경엽 LG 감독이 선택한 30인 엔트리에서 아예 이름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 염 감독은 “기회를 많이 줬는데, 그걸 본인이 못 잡았다. 지금부터는 경쟁해야 한다”는 냉정한 평가와 함께 엔트리에서 김범석을 제외했다.
그랬던 그가 삼성과의 PO를 앞두고는 다시 엔트리에 승선했다. 타자 친화 구장인 대구라이온즈파크의 특성을 감안해 염 감독이 ‘빅볼’을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팀 홈런 1위(185개)인 삼성에 맞선 정면승부를 위해 김범석 카드를 꺼낸 셈이다.
김범석은 그렇게 1군에 합류해 13일 대구로 내려왔다. 준PO 제외로 인해 속상하지 않았는지 묻자 “전혀 그렇지 않다. 제가 못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전혀 속상하거나 그런 건 없다. 2군 내려가서 제가 할 것을 하다 보니까 이렇게 다시 기회가 왔다”고 눈을 번뜩였다.
이어 “제가 PO에 올 수 있던 이유는 선배님들께서 준PO에서 잘해주셨기 때문이다. 기회를 주신 만큼, 제가 잘해서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부진 의지도 다졌다.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그는 “그전에는 마인드 컨트롤이 잘 안됐다. 그 이후로 잘 맞았다기보다는 그냥 훈련 동안 생각을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하려 했던 게 잘 맞아떨어졌다”며 “최근 감이 괜찮아지긴 했지만, 아직 그저 그렇다”고 냉철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중이다.
임무는 딱 하나, 일발 장타다. 그는 “부담감은 없다. 제가 나갈 상황을 고려하면 기회는 단 한 번이다. 부담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하는 게 더 결과가 좋을 것”이라며 “벤치에서 열심히 응원하다가, 투수들의 타이밍을 보면서 준비할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구=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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