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송파강 따라 명소 걷기
1988 서울올림픽 공간 역사 등
후암동 파란만장 근대역사
굴곡진 골목길에 담긴 이야기
항거 기록부터 전쟁 역사까지
평소 다니는 일상 속 거리의 숨겨진 이야기와 함께 걸으며 가을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최근 잠실, 후암동 일대의 볼거리와 숨은 이야기를 함께 엮은 2개의 서울도보해설관광 신규코스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도보해설관광은 경복궁, 북촌, 서촌 등 서울의 주요 관광명소를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걸으며 그 속에 숨겨진 역사, 문화, 자연 등에 대한 무료 해설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총 50개의 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새로 선정된 코스는 더 특별하다. 서울문화관광해설사를 대상으로 ‘서울 다양한 지역의 숨겨진 역사·문화 이야기’를 주제로 공모전을 추진, 해설사들이 고심한 주제 중 선정해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서울 지역의 특색있는 관광 자원을 발굴, 육성할 수 있게 됐다.
10개의 코스·시나리오 중 역사?관광 분야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잠실과 후암동을 주제로 한 2개의 코스가 최종 선정됐다. 두 코스 모두 4㎞를 약 2시간 동안 걷게 된다.
◆서울의 사라진 섬, 잠실의 숨겨진 이야기
잠실 코스는 ‘사라진 송파강을 따라, 섬이었던 옛 잠실의 흔적 찾기’를 주제로 걷는다. 잠실역 3번 출구에서 만나 삼전도비~석촌호수~방이맛골~한성백제역~올림픽공원 입구~몽촌호수~올림픽조각공원~성내천을 걷고 올림픽프라자에서 마무리한다.
잠실은 롯데월드와 롯데타워, 석촌호수, 잠실종합운동장이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이다. 한편으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자리한 살기 좋은 주거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잠실의 모습이 만들어진 건 불과 50여 년이 되지 않는다. 과거 잠실이 강이 흐르는 섬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와 관련 조선 시대를 넘어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옛이야기부터 한강의 기적과 함께 성장한 서울의 변화, 1988년 서울올림픽과 관련된 공간의 역사까지, 잠실과 몽촌호수를 중심으로 숨겨진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해방촌과 후암동, 용산기지 주변 삶의 흔적 이야기
후암동 신규코스는 ‘파란만장 근대역사의 기억이 골목골목 아로새겨진 곳’을 테마로 용산구 일대를 걷는다. 녹사평역에서 코스가 시작된다. 이어 한신옹기와 흔적여행길~동장 이봉천 기적비~신흥시장~해방교회~숭실학교 터와 경성호국신사 터~108계단~전쟁서터와 영락보린원~김상옥 의사 항거 터~조선은행 사택지 터에서 이태원 터로 향한다.
이 코스에서는 평소 ‘힙한’ 후암동이 아닌 잘 모르고 지나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실제 용산 해방촌과 후암동 일대는 골목골목 이색적인 풍경과 개성이 있는 가게들로 사랑받는 서울의 명소다.
하지만 후암동은 특유의 구불구불 골목길처럼 질곡이 깊었던 우리 근현대사를 담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108계단은 원래 일제강점기 경성호국신사를 참배하기 위한 길이었고 김상옥 의사가 일본 군경 1000여 명과 총격전을 벌였던 항거 역시 후암동에서 일어났다.
해방촌에는 한국 전쟁 피난민과 실향민들의 힘겨웠던 정착사가 담겨있다. 이 코스에서는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도 기억해야 하는 역사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서울도보해설관광은 주중 1일 2회(오전 10시∼오후 2시), 주말 3회(10시∼오후 2시∼오후 3시) 운영하고 있다. 서울도보해설관광 누리집에서 이용 희망일 3일 전까지 사전에 예약한 후 이용하면 된다. 이용료는 무료다.
개인 예약은 최소 3인 이상, 최대 10인까지 예약할 수 있다. 1~2인의 경우 예약대기로 가능하며 코스별 신청 인원이 3인 이상으로 확정될 때 이용할 수 있다. 단, 경복궁·창경궁·창덕궁 등 궁궐코스는 최대 20인까지 예약할 수 있다. 단체예약은 11인 이상이면 가능하다.
한편, 서울도보해설관광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다국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말레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등이 준비돼 있다. 시·청각 및 무장애 코스도 병행해 운영 중이다.
김영환 서울시 관광 체육국장은 “이번 도보해설관광 신규코스는 서울 곳곳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 관광 자원화하여 서울 전역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도록 개발했다”며 “앞으로도 서울의 다채롭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은 신규코스를 개발하여 국내·외 관광객들이 서울을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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