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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포장음식 꿈도 못 꿔"… 고물가에 '집밥'으로 몰린다

입력 : 2024-05-27 18:08:29 수정 : 2024-05-30 17: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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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물가 7분기째 상승세… 올 소득 증가폭 1.4%보다 커
-외식 줄고 간편식 수요 늘어… 유통가, 인 등 상품전략 강화
간장 생산 기업 샘표식품이 다음 달 중순 제품 가격을 평균 7.8% 인상한다.  지난 26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샘표 간장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 서울 은평구에 사는 1인 가구 현 모씨(35세)는 일주일에 3~5번 정도 배달 음식을 시켜먹었지만 지금은 한 달에 1번 정도 시킨다. 현 씨는 “퇴근 후에 집에 오면 피곤하니까 대부분 배달이나 포장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는데, 지금은 물가가 너무 올라 시켜먹을 생각을 안한다”고 전했다. 대신 끼니의 90%이상은 직접 해먹는다고 말했다.

 

 # 종로구에 사는 김 모씨(37세)는 근처 전통시장이 있어 과일을 사러 자주 간다. 그런데 최근 참외 가격이 눈에 띄게 올라 할인하지 않는 이상 선뜻 구매하기가 힘들어졌다. 김 씨는 “사이즈가 작은 참외가 4개에 9000원에 판매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신 김 씨는 마트에서 ‘1+1’ 행사를 하는 냉동과일을 구매한 뒤 믹서기로 갈아 스무디로 마시거나, 요거트와 함께 먹는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7분기째 치솟고 있다. 올 2월에는 OECD 평균(5.32%)을 넘은 6.95%를 기록하며 외식과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외식 물가 부담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집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집에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과 즉석조리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물가 영향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1.6% 감소했다.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올 1분기 398만4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했다. 뉴시스

◆먹거리 물가 상승률, 벌써 7분기째 소득증가율 넘어서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평균 404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처분소득은 이자와 세금을 내고 소비자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올해 1분기 외식 물가와 가공식품 상승률은 3.8%, 2.2%를 기록했다. 이는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각각 2.8배, 1.6배에 달한다. 먹거리 물가 상승 폭이 소득 증가 폭보다 컸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2022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7개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37개의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면서 먹거리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햄버거가 6.4%로 가장 높았다. 이어 비빔밥(6.2%), 김밥(6.0%), 냉면(5.9%), 오리고기(외식)(5.8%), 떡볶이(5.7%), 도시락(5.7%), 치킨(5.2%) 등 순이었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로, 73개 세부 품목 중 44개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높았다. 설탕(20.1%), 소금(20.0%)은 20%에 달했고, 스프(11.7%), 초콜릿(11.7%), 아이스크림(1.09%), 당면(10.1%) 등도 10%를 웃돌았다. 

 

 사과와 배 등 농산물 가격 부담은 더 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4월 사과(후지·상품) 가격은 도매(10㎏) 기준 7만9500원으로 전월 대비 11.1% 상승했다. 5월 출하량은 전년 대비 20.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는 15㎏ 도매 기준 11만2500원으로 전월 대비 13.11% 상승했다. 반입량도 전년 대비 52.1%나 줄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집밥 먹자’… 유통가 식품 판매 증가

 

 이렇듯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유통업계는 할인쿠폰, 알뜰가격 상품 전략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HMR과 즉석조리 상품이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모두 인기를 끌며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이달 22일까지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의 신선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늘었다. 홈플러스도 온라인 기준으로 1~3월 판매된 신선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늘었고, 가정간편식은 20% 증가했다. 

 

 온라인 시장의 매출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 G마켓의 장보기 서비스 전문관인 ‘스마일프레시’의 신선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나 늘었다. 컬리는 올해 1분기 신선·가공식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창사 이래 첫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이커머스 업계도 증가하는 식품 구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G마켓은 지난 3월 신선·가공식품에 특화한 스마일배송 저온 물류서비스를 시작했다. 평일 오후 6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해주는 냉동 식품군이 한층 넓어졌다. G마켓은 올해 하반기 냉장 식품까지 확대해 스마일배송이 가능한 냉동·냉장식품 상품 수를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먹거리 물가, 언제 잡힐까

 

 올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3.6%) 대비로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2.9%)보다 0.1%포인트 높았다.

 

 한국은행은 5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높아진 환율 수준 등으로 상방 압력이 다소 커졌으나 소비 회복세가 완만하고 정부대책이 물가압력을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가 2%대 후반대 수준을 나타내다가 하반기 중에는 2.5%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원자재 및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높은 물가가 지속되고 있으며, 가스·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이 주요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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