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재 청문회’에서 남긴 말이다.
DL이앤씨에선 지난해까지 중대재해 사건 7건이 발생해 8명이 숨졌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8월 부산 공사현장에서 숨진 강보경씨의 유족은 본사 앞에서 농성에 나선 지 3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사측의 사과와 자체 사고조사 및 재발방지대책 수립, 손해배상금 지급 등을 합의하기도 했다. 이해욱 회장은 산재 청문회에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안전 비용을 29% 증액했고, 내년에도 20% 늘릴 계획”이라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대표의 말은 공염불에 그쳤다. 공사현장이 또 ‘죽음의 일터’가 됐다. 지난 8일 DL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북 울릉공항 건설현장에서 토사가 무너져 작업자 1명이 매몰돼 숨졌다. 건설 현장에서 쌓아둔 흙더미가 무너졌고 작업자 1명은 자력으로 빠져나왔으나 또 다른 작업자 A씨가 빠져나오지 못했다. 노동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과 함께 중대재해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섰다.
안전불감증은 DL이앤씨의 ‘고질병’이다. 대형 건설사 중 유일하게 5분기 연속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DL이앤씨는 중대재해법 시행 후 단일 기업 중 가장 많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이다. 노동부가 2022년 DL이앤씨의 시공 현장 67곳을 감독한 결과에 따르면, 97%에 해당하는 65개 현장에서 위반 사항 459건이 적발됐다. 그중 158건은 사망사고로 이어질 만한 ‘안전 조치 위반 사항’이었다. 지난해 노동부 점검에서는 전체 시공현장 79곳 중 61곳에서 209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DL이앤씨는 지난 9월부터 약 2개월간 고용노동부 지정 안전 관리 전문 컨설팅 기관인 산업안전진단협회와 안전보건체계 점검을 진행했다. 점검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 근로자 출입통제 강화, 최첨단 스마트 장비 도입, 모든 사업장 CCTV 확대 설치 등 다양한 개선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안전컨트롤타워 필요성을 느껴 안전지원센터를 안전보건경영실로 승격시키고, 최고안전책임자(CSO) 권한을 안전보건경영실장에게 일임했다.
그럼에도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노동계는 DL이앤씨의 안전사고 재발방지 대책들이 현장에서 잘 지켜졌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공기 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사고가 일어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생겨났다.
DL이앤씨는 1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서영재 사내이사 내정자를 신임 대표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서영재 신임 대표의 앞엔 신규 해외시장 개척, 신사업 발굴 등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과 구조적 문제점 개선이다. ‘사망사고 단골 건설사’라는 불명예는 건설사에게 치명적이다.
이정인 기자 lji201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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