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부응해야죠!”
속전속결이다. 이번 스토브리그 1호 자유계약(FA) 체결 소식이 전해졌다. 주인공은 ‘베테랑’ 전준우다. 원 소속 구단인 롯데와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4년 총액 47억 원(보장금액 40억, 인센티브 7억 원) 규모다. 공시 이틀 만이다. 두 번째 만남에서 바로 사인했다. 그만큼 서로의 마음이 잘 맞아 떨어졌다. 전준우는 “처음부터 이야기가 잘 됐다.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구단에서 가치를 인정해주고 배려해주셨다.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FA 계약이다. 전준우는 2020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4년 34억 원에 계약한 바 있다. 팀을 위해 헌신해온 것에 비하면(통산 1616경기 타율 0.300) 기대치에 퍽 못 미치는 액수다. 심지어 해를 넘겨 도장을 찍었다. 4년이 지난 시점, 몸값이 오히려 더 올랐다. 이제야 제대로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경쟁력을 스스로 증명해낸 결과다. 지난 4년간 전준우는 545경기서 타율 0.311, 61홈런 333타점 등을 신고했다. 가히 모범 FA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했다.
하나의 상징적인 그림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대우다. 그간 롯데는 많은 선수들을 떠나보냈다. 강민호(삼성), 손아섭(NC), 황재균(KT) 등이 대표적이다. 팬들의 실망감이 큰 것은 물론, 이를 바라보는 후배들 역시 많은 생각을 했을 터. 당장 내년 시즌을 마치고 김원중, 구승민 등이 시장에 풀린다. 전준우는 “롯데 선수단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본다. ‘준우형이 했으니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 팀에 대한 애정도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영원한 ‘롯데맨’으로 남을 듯하다. 경주고-건국대 출신인 전준우는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5순위)로 롯데 품에 안겼다. 이후 하나의 유니폼만을 입었다. 롯데는 이번 계약 과정에서 선수생활 이후까지 그려줬다. 은퇴 후 2년간 해외코치 연수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전준우는 “구단에서 먼저 얘기를 꺼내 주시더라. 단순한 4년 계약이 아니라, 좀 더 멀리 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보다 흔쾌히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프로 16년차. 웃음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롯데를 향한 애정이다. 다른 구단에서도, 심지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도 있었지만 전준우의 선택은 롯데였다. 전준우는 “감사하다”고 운을 뗀 뒤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오랫동안 롯데에서 뛰었고 앞으로도 함께할 팀”이라고 말했다. 받은 사랑을 돌려줄 방법도 고민했다. 2027시즌 인센티브 달성하면 신구장 건축에 1억 원을 선뜻 내놓기로 했다. 전준우는 “계속 생각했던 부분이다. 새 구장에 내 이름으로 기부를 한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웃었다.
롯데가 또 한 번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감독, 단장이 모두 교체됐다. 전준우 역시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줘야 한다. 전준우는 “(이번 계약에는) 실력 외에 후배들을 잘 이끌어달라는 마음도 담겨있다고 본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매년 한국시리즈(KS) 우승 팀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크다. 우리 전력도 결코 약하지 않다고 본다. 선수단도 그 어느 때보다 열의를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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