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막내, 강력한 에이스다.
임시현(20·한국체대)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 동료 안산(22·광주여대)을 6-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관왕을 달성했다. 지난 4일 이우석과 함께한 혼성 단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쏜 그는 6일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중국을 누르고 다관왕을 달성했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이날 개인전에서도 연신 ‘10점’ 과녁을 뚫어냈다. 영점을 잡는 데 애를 먹은 ‘언니’ 안산에게 승점 한 점도 주지 않고 눌러내 ‘금빛 엔딩’을 써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중 두 번째 3관왕을 달성한 주인공이 됐다. 수영 경영에서 금메달 3개를 가져온 김우민의 뒤를 이었다. 뜻깊은 의미가 줄을 잇는다. 아시안게임 양궁 역사상 37년 만에 나온 3관왕이다. 1986년 서울 대회에서 양창훈이 전무후무한 4관왕에 등극했고, 김진호와 박정아도 3관왕을 달성했다. 긴 세월을 지나 임시현이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했던 아시안게임이라 더욱 남다른 의미가 될 3관왕이다. 그는 사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원래 열려야 했을 2022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대회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연기 되면서 기회의 문이 다시 열렸다. 심기일전해 임한 올해 선발전에서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1위로 태극마크를 따냈다.
올해 양궁 월드컵 2,3차 대회에서 연거푸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며 순식간에 ‘에이스’로 우뚝 섰다. 방점을 찍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시드배정을 위한 예선 라운드부터 678점을 쏘면서 전체 1위로 몸을 풀었다. 여자 리커브 종목 개인전, 단체전, 혼성전에 모두 출전할 수 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한국 여자 신궁 계보에도 이름을 올릴 준비를 마쳤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쓸어담았던 윤미진(2000 시드니), 박성현(2004 아테네), 기보배(2012 런던), 장혜진(2016 리우), 안산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다.
특히 이날 임시현이 꺾은 안산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최초 하계올림픽 3관왕을 일군 업적을 가진 주인공이다. ‘살아있는 전설’을 넘어선 임시현은 다가올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향해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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