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정현(23·한국체대·제네시스 후원)이 다시 한 번 기적을 꿈꾼다.
정현은 30일 (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스페인의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2번시드)에게 1-6 2-6 7-5 6-3 7-6(3)로 승리했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정현은 자신의 최고 기록인 본선 3회전 진출에 성공했다.
출발은 미흡했다. 66회 연속 그랜드슬램 출전하고 있는 베르다스코가 경험을 맘껏 활용했다. 좌우를 폭넓게 활용하고 사이드로 흘러나가는 서브로 정현을 흔들었다. 정현의 움직임이 베르다스코의 포핸드를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였다. 첫 세트에서만 게임 브레이크만 두 차례. 2세트에서도 2-4에서 정현이 러브 게임을 빼앗기며 스코어가 벌어졌다.
3세트부터 ‘정현다운’ 플레이가 나왔다. 6-5 팽팽한 흐름에서 정현이 마지막 게임을 브레이크했다. 4세트 역시 팽팽했는데 베르다스코가 실책을 범한 다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포핸드 스트로크마저 사이드 라인을 벗어났다. 정현은 흔들리지 않고 브레이크 포인트를 챙겼다. 정현은 5세트 3번째 게임에서 더블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놓쳤으나 다시 한 번 상대 게임을 브레이크 하며 기세를 굳혔다. 이후 타이브레이크에서 첫 포인트를 잡아 점수 차를 벌렸고 승부를 마쳤다. 승리를 확정한 정현은 코트 한 가운데서 기쁨을 만끽했다.
정현의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어느 때보다 반가운 활약이다. 정현은 한동안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그랜드슬램대회인 호주에픈에서 기적같은 4강 진출에 성공했는데 그 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지난 ABN AMRO 월드테니스 토너먼트 1회전에서 탈락한 이후 약 다섯 달 동안 코트를 밟지 못했다. 한때 아시아 톱랭커로서 19위까지 치솟았던 세계 랭킹은 100위권 밖으로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부상 회복에만 전념한 정현은 복귀 후 다시금 상승 기류에 올라탔다. 지난달 말 남자프로테니스(ATP) 청두 챌린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복귀를 신고했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도 3연승으로 흐름을 탔다. 좋은 흐름을 탄 만큼 또 다른 기적을 기대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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