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 기자] 바야흐로 ‘혼술족’의 시대다. ‘혼술족’은 혼자 술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요즘들어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술집이 아니라 집에서 저렴하게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1990년 9.0%에서 2010년 23.9%로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인 가구 수가 500만명을 돌파(506만551가구)했다. 여기에 올해 들어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2%대 중후반으로 하향 조정할 만큼 경기 전망 역시 어둡다.
이런 상황에서 ‘혼술족’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또 요즘처럼 날씨가 더울 때는 목젓을 깜짝 놀래킬 차가운 맥주가 제격이다. 그런데 요즘 맥주 안주는 치킨이 대표적이다. ‘치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맥주안주 치킨이지만 ‘혼술족’들에게는 치킨 한 마리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이들 ‘혼술족’에게 치킨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안주가 주목받고 있다.
홀로 술 마시는 이들에게 맥주 안주로는 스낵류가 안성맞춤. 특히 ‘혼술족’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20대들에게 스낵은 단연 인기 안주다. 실제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주 1회 이상 혼자 맥주를 즐기는 전국 2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표본오차 4.38%P, 95% 신뢰수준)에서는 안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과자나 스낵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자스낵(65%)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최근 3개월 간 안주로 먹은 과자로 오리온의 포카칩(58%)을 꼽았다.
오리온이 아예 맥주 안주용으로 선보인 ‘스윙칩 간장치킨맛’도 응답자 중 51.6%의 선택을 받으며 최근 3개월 내 출시된 스낵 중 1위로 눈길을 끈다. 이 제품이 출시되면서 매출이 급증세다.
오리온 한 관계자는 “혼술족들을 겨냥해서 특히 맥주 안주로 치킨이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치킨 소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스윙칩 맛을 오랫동안 개발해왔다”면서 “지난 3월 둘째 주에 출시해서 4월에만 2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0만 봉지가 팔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혼술족’ 겨냥 안주로는 만두다. 한끼 식사나 간식거리로, 계절적으로는 겨울음식이었던 만두가 최근 맥주 안주로 여름에 인기다. CJ제일제당 트렌드전략팀이 최근 3년간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만두 소비와 관련해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에 오른 글 41억7700만 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만두와 맥주 안주’를 키워드로 언급한 글은 2013년 3만5692건에서 2014년 4만9302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7만3080건으로 늘며 맥주안주로 만두 수요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식사와 간식, 야식, 안주 등 만두 소비의 대표 연관어 분석에서도 비중 변화가 생겼다. 식사로 만두를 즐긴다는 언급 비중은 2013년 41.9%에서 지난해 39.2%로 떨어졌고, 간식 역시 21.2%에서 18.6%로 감소했다. 반면, 맥주 안주로 만두를 소비한다는 언급은 28.3%에서 지난해 33%로 4.7%P 늘어난 결과가 나왔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5월 ‘비비고 왕교자’를 앞세워 맥주 최대 성수기인 여름철 맥주 안주 마케팅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비비고 왕교자’의 지난해 여름철(6~8월) 월 평균 매출은 6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은 ‘왕맥(비비고 왕교자+맥주)’이라는 새로운 안주 문화를 정착시켜 매출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의 한 관계자는 “실제 맥주와 소주 안주로 만두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특히, 맥주 안주로 최고봉인 치킨처럼 겉은 바삭하고 안에는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들어있어 식감이 비슷한 것 때문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인기 비결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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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칩 간장치킨맛’. 오리온 제공
‘비비고 왕교자’. CJ제일제당 제공
한 대형마트에서 모델들이 세계 여러나라의 맥주를 소개하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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