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 대진이야?!’
익숙한 맞대결, 낯익은 우승 후보. 겨울 코트를 뜨겁게 달굴 프로배구의 새 시즌이지만, 승자독식의 구도가 벌써부터 굳어지고 있다. 장기적인 흥행을 위해서는 양강 체제의 공고함보다 예측 불허의 파란이 필요하다. 뻔한 구도를 깨부술 다크호스가 나타나야 판이 흔들리고, 리그의 열기도 뜨거워진다.
HK흥국금융 2026~2027 V리그가 오는 31일 남자부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여자부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맞대결로 막을 올린다. 공교롭게도 네 팀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과 올 시즌 전초전인 2026 KOVO컵 결승에서 다시 마주했다. 두 무대에서 모두 대한항공과 GS칼텍스가 웃었다.
정규리그에서도 두 팀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정지석을 필두로 한선수, 임동혁, 정한용, 김민재, 김규민 등 선수 구성, 짜임새, 뎁스까지 빠지는 곳이 없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케트진스키 역시 KOVO컵에서 존재감을 선보였다. GS칼텍스는 실바의 존재감이 V리그 여자부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쿼터 타나차가 가세했고, 국내 공격수 권민지의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들에 맞서는 현대캐피탈과 한국도로공사 역시 허수봉, 강소휘라는 국내 특급 에이스를 앞세워 강력한 전력을 선보이고 있다.
탄탄한 양강 구도는 리그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지만, 장기적인 흥행을 위해서는 판을 뒤흔들 변수가 필요하다. 예상 밖의 반전이 등장해야 관심과 기대감이 치솟는다. 새 시즌 V리그가 기다리는 것은 익숙한 강자의 재확인이 아니라, 그 구도를 깨뜨릴 새로운 도전자의 등장이다.
남자부에선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이 양강 구도를 위협할 가장 강력한 후보로 지목된다. 우리카드는 더 단단해졌다. 박철우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뒤 치르는 첫 시즌이다. KOVO컵 4강전서 대한항공을 위협할 만큼 매서운 저력을 보여줬다. 아라우조가 든든하게 주포 역할을 해주는 가운데, 김형근·김동민·이시몬으로 이어지는 아웃사이드 히터진의 뎁스도 두터워졌다.
석진욱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한 한국전력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KOVO컵 조별리그 전승이 말해주듯 경기력에 물이 올랐다. 베테랑 신영석과 서재덕을 필두로 선수단이 강하게 결속했다. 최대 수확은 3년 차 아웃사이드 히터 윤하준의 성장세다. 외인 쇼와 아시아쿼터 우스만의 공격력도 합격점을 받았다. 13년 만에 둥지를 바꾼 베테랑 이민규가 합류하면서 전술의 폭이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여자부 다크호스는 흥국생명, 정관장이 꼽힌다. 확실한 실속을 챙긴 흥국생명이 주목받고 있다. 미들블로커 이다현이 일본으로 떠났지만 정호영이 합류했고,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까지 품었다. 핵심 무기는 쿠바 출신 외인 킨델란이다. KOVO컵 4경기서 무려 106점을 터뜨렸다. 높은 타점 뿐만 아니라 블로킹 능력, 준수한 수비력까지 겸비해 다가올 시즌 가장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관장은 이번 시즌 최고의 복병이다. 배구계 관계자들도 “사고 칠 팀”으로 입을 모은다. 급히 지휘봉을 잡은 권순찬 감독 체제에서 변화를 노린다. 외국인 트라이아웃 1순위로 팀에 합류한 부키리치가 버티고 있고, 아시아쿼터 종휘가 KOVO컵에서 기대 이상의 기량을 선보였다. 매 경기마다 선수들의 끈끈한 조직력과 수비 집중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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