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은데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자궁탈출증으로 진료실을 찾는 고령의 여성 환자들에게 종종 듣는 이다. 오랜 시간 밑이 빠지는 듯한 불편감을 참아오다가 증상이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동안 왜 치료받지 않았는지 여쭤보면 나이가 많아서, 다른 질환이 있어서, 혹은 수술이 두려워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자궁탈출증은 자궁을 지지하는 골반저 근육과 인대 등이 약해지면서 자궁이 정상 위치보다 아래로 내려오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묵직한 압박감이나 이물감 정도로 나타나지만, 진행되면 자궁이 질 입구 밖으로 돌출되기도 한다.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불편감이 심해지고 배뇨곤란, 잔뇨감, 요실금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고령 환자들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여러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심장이나 뇌혈관 질환으로 항응고제 또는 항혈소판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수술에 따른 출혈 위험뿐 아니라 약물 중단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혈전 위험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수술이 어렵다는 설명을 듣거나 치료 결정을 미루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가 많거나 약을 복용한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환자의 전신 상태와 기저질환, 복용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진료과와 협의해 치료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자궁탈출증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궁을 제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궁 자체의 질환 여부와 탈출 정도, 골반저 지지 구조에 따라 자궁을 보존하는 수술과 적출을 동반하는 수술 중 적합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환자의 증상과 건강 상태에 따라 페서리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도 선택지가 된다.
또한 자궁탈출증은 자궁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방광이나 직장 등 다른 골반장기도 함께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광을 지지하는 구조가 약해지면 배뇨곤란이나 잔뇨감뿐 아니라 요실금이 동반되기도 한다. 반대로 탈출된 장기가 요도를 압박하거나 꺾이게 하면서 기존의 요실금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돌출된 자궁을 원래 위치로 올리는 것만이 치료의 전부는 아니다. 골반저 전체의 지지 구조와 배뇨기능, 요실금 동반 여부까지 함께 살펴야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고령 환자에게는 수술 결과뿐 아니라 회복 과정과 이후의 일상생활도 치료 선택의 기준이 된다. 어떤 증상으로 가장 불편한지, 치료를 통해 무엇을 개선하고 싶은지, 현재의 건강 상태에서 어떤 치료가 가능한지를 충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수술보다 비수술적 관리가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결국 자궁탈출증 치료는 나이나 탈출 정도만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환자의 몸 상태와 생활환경, 치료에 대한 바람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내려온 장기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을 넘어, 환자가 겪고 있는 불편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불편함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오랜 시간 참고 지낸 증상이라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개선할 여지는 있다. 밑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나 요실금, 배뇨 불편이 지속된다면 나이와 기저질환을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기보다, 전문의와 함께 자신에게 맞는 치료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소성민 포웰의원 대표원장(비뇨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정리=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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