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가 한창인데, 반가운 얼굴은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PS)이 챔피언십시리즈에 접어들었지만 한국인 빅리거는 한 명도 출전 명단에 없다. 한때 한국 팬들을 설레게 했던 바다 건너 가을야구가 올해는 ‘남의 잔치’가 됐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김혜성(LA 다저스)마저 명단에서 빠졌다. 다저스는 지난 12일 밀워키 브루어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선승제) 1차전을 앞두고 발표한 26인 명단서 김혜성을 제외했다.
디비전시리즈(NLDS) 때보다 투수를 한 명 늘리면서 좌완 저스틴 로블레스키를 합류시킨 대신 야수 김혜성을 뺐다. 김혜성은 앞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NLDS 4차전 9회 말 2루수 대수비로 딱 한 번 그라운드를 밟았다. 타석에는 서지 못했다.
출발부터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앞서 다저스뿐 아니라 김하성이 속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송성문의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까지 한국 선수들이 속한 세 팀이 나란히 NLDS에 오른 바 있다. 다만 이들 모두 정규리그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터라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김하성은 와일드카드 시리즈와 NLDS를 통틀어 4경기 5타수 1득점 무안타에 그쳤고, 팀의 마지막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송성문은 두 시리즈 모두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애틀랜타와 샌디에이고는 각각 다저스와 밀워키에 막혀 가을 무대에서 퇴장했다.
외야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도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팀이 PS 진출에 실패했고, 이정후 자신도 지난달 사타구니 타박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정규리그를 일찍 마쳤다. 올 시즌 143경기서 타율 0.276에 10홈런을 기록했지만, 빅리그 3년 차에도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때는 달랐다. 한국 선수들이 MLB 가을야구의 주요 장면을 장식하던 시절도 있었다. 류현진(한화)은 다저스 소속이던 2013년 NLCS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같은 해 추신수 SSG 구단주 보좌역 겸 육성총괄은 신시내티 레즈 유니폼을 입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류현진은 2018년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시리즈(WS) 선발 마운드에도 올랐다.
2020년엔 최지만(KT)이 탬파베이 레이스의 일원으로 PS 18경기에 출전해 담장 밖 아치 두 개를 그려냈다. 한국 출신 야수 최초로 WS까지 뛰었다. 2년 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로 NLCS를 누볐다. 다저스와 NLDS 4차전에선 추격의 발판을 놓은 적시 2루타로 팀의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이젠 가을야구에 앞서 정규리그부터 살아남기가 만만치 않다. 치열한 경쟁 속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형국이다. 김혜성도 지난해 다저스의 WS 우승을 함께했지만, 정작 WS서 뛴 건 7차전 연장 11회 대수비로 나선 한 이닝이 전부였다. 올해는 정규리그 43경기 출전에 그쳤고, 후반기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물론 다저스가 WS에 진출하면 김혜성도 다시 출전 명단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NLCS서 김혜성 대신 투수를 보강한 팀의 선택과 치열한 야수진 경쟁을 고려하면, 재합류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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