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있었지만….’
올해도 프로야구 롯데의 가을 달력은 텅 비었다. 지난달 30일 두산이 5위를 확정, 마지막 남은 트래직 넘버가 지워졌다. 포스트시즌(PS) 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 롯데의 가을야구는 2017시즌이 마지막이다. 벌써 9년째 아쉬움을 삼키는 중이다. 현 시점 10개 구단 중 가장 오래됐다. 이른바 암흑의 비밀번호가 여겨졌던 2001~2007년까지의 기록 8-8-8-8-5-7-7위를 넘어섰다. 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10년 연속 PS에 진출하지 못했던 한화와 LG에 이어 전체 3번째다.
차디찬 현실을 맛봤다. 냉정하게 롯데는 크게 위협적인 팀이 아니었다. 최하위 키움을 상대로 14승2패를 거둔 것을 제외하면, 상대전적서 우위를 가져간 팀을 찾기 어렵다. 2위 삼성에게 8승8패로 동률을 기록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꾸준히 지목됐던 세밀한 야구는 여전히 갈 길이 먼 듯했다. 기본적으로 수비가 느슨하다. 기록된 실책만 105개. 공동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까지 더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1점차 승부서 유독 약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외국인 농사가 꽤 괜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뼈아프다. 지난겨울 롯데가 공을 들인 대목 중 하나는 외인 구성이다. 원투펀치를 모두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새 외인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와 제리미 비슬리, 여기에 기존 외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까지. 셋은 완주에 성공했다. 올 시즌 개막 전 구상했던 외인 3인방으로 리그 끝까지 간 경우는 롯데와 KIA, 단 둘뿐이다. 심지어 롯데는 부상으로 인한 대체 외인도 없었다. 리그를 장악하진 못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였다는 의미다.
두 손 놓고 지켜만 본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롯데는 ‘쇄신’이란 단어와 꽤 친숙했다. 2023시즌을 마치고 수뇌부를 전격 교체한 것이 대표적이다. 7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 분위기 쇄신을 바라는 팬들에 대한 응답이었다. 결과적으로 임기 내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순위표 위보다는 아래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지난 시즌 나름대로 무리를 하면서까지 속도를 내봤으니, 시즌 막판 거짓말처럼 긴 연패에 빠지며 천금 같은 기회를 놓쳤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 객관적 전력에서부터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2023시즌을 앞두고 유강남-노진혁-한현희를 영입한 것을 끝으로 롯데의 외부 영입은 뚝 끊겼다. 일종의 트라우마로 여겨지기도 했다. 셋을 품기 위해 무려 170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실질적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 거액을 투자하기 위해선 내부적으로도 일종의 명분이 필요했을 터. 고민 끝에 방향을 내부 육성으로 틀었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도 무성했던 소문과 달리 움직임이 없었던 배경이다.
물론 시즌 내내 좌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희망의 불씨도 분명 확인했다. 어느 정도 세대교체를 빚었다. 젊은 피들이 크면서 전체적인 선택지가 넓어졌다.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역시 포수 손성빈의 성장이다. 주전으로 도약, 안방에 대한 오랜 고민을 지우는 동시에 센터라인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마운드에선 김진욱(24경기 평균자책점 3.95)이, 타선에선 한동희(102경기 23홈런)가 확실히 계산이 서는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우완 박정민 등 1군서 뛰는 새 얼굴 또한 많아졌다.
그렇다고 해도 씁쓸한 성적표는 그대로다. 롯데는 4일 기준 137경기에서 61승3무73패를 기록했다. 승패마진이 –12에 달한다. 리그 8위. 중요한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겨울, 롯데는 또 한 번 바쁠 전망이다. 성적과 무관한 리빌딩은 공허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변화가 필요한 곳엔 과감하게 손을 대야 한다. 멈춰있는 롯데의 가을 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 지는,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