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벽, 그 위에 한국 농구가 섰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농구대표팀은 25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여자농구 준결승전에서 85-80으로 중국을 꺾었다. 최소 은메달 확보다. 결승전은 26일 열린다. 이소희가 23점, 이해란이 22점, 강이슬이 16점을 올리는 등 고르게 활약했다.
기자회견장을 찾은 박 감독의 눈시울은 살짝 붉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굉장히 힘들었을 거다. 내가 감독이지만 벤치에서 선수들을 보면서 정말 안쓰러웠고,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전반까지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스태프 중에서도 운 사람이 많다. 너무 감격스럽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미소 지었다.
한국이 상대한 중국의 벽은 높았다. 223cm 장쯔위는 골밑에서 공을 잡았다 하면 득점으로 연결했다. 장쯔위가 중국의 공격 땐 코트를 밟고, 수비 땐 벤치로 돌아가면서 이점만 살렸다.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한국도 만만치 않았다. 스피드로 맞섰다. 백코트 속도가 느린 장쯔위를 상대로 빠른 트랜지션을 가져가며 압박했다. 몸을 날려 리바운드를 따냈고, 막판엔 장기인 3점슛까지 터트리며 7년 만에 만리장성을 꺾었다. 2019년 11월 도쿄 올림픽 예선 이후 이어지던 열세를 부쉈다.
박 감독은 “장쯔위가 자유투 라인에 들어오기 전부터 몸싸움을 하라고 지시를 했었다. 진안에게 정말 고맙다”면서 “가장 무서운 게 베이스라인 수비 때였다. 원래 작전은 베이스 라인은 놔두고 장쯔위에게 2명을 붙이려고 했다. 그래서 베이스 라인에 1명 붙이고 외곽은 로테이션을 돌렸다. 몇 번 적중했던 것 같아 아주 좋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허예은은 “베이스라인 공격할 때 나오더라. 발을 밟아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되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정말 위력적이었고, 이런 농구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면서 “장쯔위를 막아준 우리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 그런 선수들 상대로 우리가 이겨냈다. 맨날 이기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이소희는 “사실 장쯔위는 상대해 본 적이 없어서 실체를 잘 몰랐다. 코트에 들어서니까 실감이 나더라. 근데 질 거라고 생각은 안 했다. 솔직히 2점 줄 거 빨리 주고 공격으로 나가자는 생각이었다. 누가 넣든 2점 아닌가”라면서 “많이 힘들었다. 다들 힘들었을 텐데 정신력을 버틴 것 같다”고 돌아봤다.
포워드 이해란은 장쯔위를 상대로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냈다. 특히 3쿼터에 백코트하는 장쯔위보다 빠르게 달려 레이업슛을 성공했고, 그를 상대로 파울까지 얻어냈다. 이해란은 “장쯔위가 크긴 큰데 기세로 밀리지 않으려고 정말 안간힘을 썼다. 좋은 선수인 건 맞지만 기동력이 떨어지지 않나. 그 부분을 이용해서 자신 있게 했다”고 돌아봤다.
강이슬 역시 “처음 맞붙어보는 거였다. 베이스라인에서 하는 건 사실 막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들어가는 볼을 최대한 차단하기로 했다. 키가 크지만, 손질이 있으면 불편할 거라 판단했다”면서 “(박)지수랑은 완전 다른 느낌이다. 정말 압도적이다. 그리고 사실 나는 오래 계속 같은 팀을 해서 상대한 지 오래됐다. 까먹었다”고 웃었다.
아이치=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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